중국인 교사가 영국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입력 2015-08-07 19:26  

▲영국 보헌트 스쿨 학생들이 4주간 중국 교사들에게 중국식 부채춤 교습을 받았다.(사진=BBC)
<p>[QOMPASS뉴스=전기석 기자] 긴 수업 시간, 엄격한 규율, 반복과 주입식 수업…</p>

<p>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사람들의 교육 방식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자율과 창의성을 기르지 못한다는 반론이 있지만, 서구의 학생들에 비해 우수한 학업 성적을 올리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반론도 크다.</p>

<p>이런 아시아식 교육방식을 서구의 학교에서 그대로 시행해봤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p>

<p>영국 공영방송 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우리 아이들은 강인한가?'는 중국식 교육을 영국의 한 학교에서 그대로 실시하고 그 효과를 측정했다. 영국 립후크의 보헌트 스쿨에 중국인 현지 교사가 와서 4주 동안 중국식 교육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p>

<p>모두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인 교사는 대체로 만족, 영국인 학생들은 불만, 중국인 교사는 문화적 이질감을 느꼈다고 는 전했다.</p>

<p>이 학교의 9학년(한국 중학교 3학년) 학생 50명은 4주 동안 특별 교복을 입고 아침 7시부터 수업을 시작했다.</p>

<p>일주일에 한번씩 국기에 대한 맹세도 했다. 수업은 노트 필기와 반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단체 운동도 실시됐다. 그리고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교실을 청소했다. 하루 12시간의 학교 생활 중 두 차례의 식사가 제공되는 중국식 급식제도 운영됐다.</p>

<p>이런 실험 뒤 참가자들이 그 경험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p>

▲ 영국 보헌트 스쿨 교장 닐 스트로우거(사진=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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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 스트로우거(보헌트 스쿨 교장)</p>

<p>지난해 나는 상하이에서 중국 학생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수업 태도와 대규모 교실, 단정한 태도를 봤다. 나는 또 학생들이 단체로 서서 떠들면서 체육 수업을 받는 것도 봤다. 체육 수업은 끝없이 단조로운 중국식 수업에서는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휴식도 아니었다.</p>

<p>올해 봄, 우리 학교의 일부 학생들이 이런 수업에 맡겨졌다. 중국의 오성기가 우리 학교 운동장에 자랑스럽게 휘날렸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직전에 저녁 만찬에서 만난 중국 교사들은 결의에 차있었고, 나는 감명을 받았다.</p>

<p>하지만 두번째 날이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이 불량하게 군다는 보고가 들어왔다.</p>

<p>수업에 태만하고, 떠들고, 교사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식 교습법은 영국 10대들의 문화와 가치에 크게 충돌했다.</p>

<p>우리 학생들은 교사에게 질문하는데 익숙했고,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더구나, 영국 학생들은 다양하게 배우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교실에 감금되어 같은 교실에서 아주 좁은 범위의 커리큘럼을 배우는데는 익숙하지 않았다.</p>

<p>몇 주가 지나면서 보헌트 스쿨의 상담교사들이 지원에 나서고, 우리 학생들이 좀더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업이 바뀌자 학생들의 태도는 조금 좋아졌다.</p>

<p>같이 보낸 시간이 많아진 덕분인지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좋아졌고, 일부 학생들은 중국식 수업에 선호를 보였다.</p>

<p>학생들은 칠판에 쓴 내용을 필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방식이 암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일부 능력있는 학생들도 중국식 교실의 강의 스타일을 좋아했다.</p>

<p>이 실험에서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나는 더 긴 학교에서의 생활이 우리 학생들에게 가치가 있고, 교사들은 때로는 교실에서 혼자서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믿게 됐다.</p>

<p>그러나 무엇보다도, 상하이가 국제학력평가인 피사(PISA)에서 다른 교습법을 제치고 상위에 오른 진정한 이유는 중국의 부모와 문화, 가치 때문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명확해졌다.</p>

<p>하지만 중국 상하이의 학업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영국의 교육정책과 교육방식의 접근을 1950년대로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p>

▲ 중국인 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업 중 눈 마사지를 받고 있는 영국 학생들(사진=BBC)
<p>♦ 로지 런스키(15·보헌트 스쿨 학생)</p>

<p>나는 평범한 10대이다. 잠자기를 좋아하고, 자유롭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4주 동안 그 모든 것을 학교와 바꿔야 했다. 매일 잠자기보다는 학교에서 엄격한 선생님과 지냈고, 하루 12시간 동안 완전히 끔찍한 운동복 같은 것을 입고 지냈다.</p>

<p>이 프로젝트는 내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평범한 학교 같은 것을 상상했다. 조금 더 많은 숙제나 정숙한 교실 같은 것이었다. 그건 내가 그동안 했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수업 내내 말을 못했고, 교사들이 말한 것은 그대로 진행됐다.</p>

<p>로봇처럼 행동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방법은 아니다. 나에게 그건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나는 수업 시간에 내 의견을 말하고, 대담하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서로 협력해서 내 기량과 지식을 키워왔다.</p>

<p>그러나, 이 실험 동안 내가 느낀 유일한 것은 수업이라는 것이 노트 필기를 얼마나 빨리하고, 교사의 강의를 경청하는 것 뿐이었다.</p>

<p>가장 힘들었던 것은 학생으로서 나에 대한 기대였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이어야 했다. 만약 학급에서 최고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 오직 시험 성적만이 중요했다.</p>

<p>과학 과목은 특히 어려웠다. 교사의 강의는 지루했는데, 우리는 갑자기 질문을 받았고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빠른 수업 속도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p>

<p>교실에 앉아있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중국 교사들은 자기 교실의 학생들이 스폰지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우리가 수업내용을 그대로 빨아들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우리가 지치고 지루해 한다는 사실을 무시했다.</p>

<p>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부채춤과 중국요리 교습은 정말 좋았다. 피타고라스 정의와 영문법의 지루한 강의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p>

<p>하지만 나는 내가 중국식 교육을 받으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나날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p>

▲ 영국 보헌트 스쿨에서 4주동안 중국식 교육을 실시한 중국인 교사들과 영국 학생들(사진=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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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먼 저우(수학 담당 교사이자 담임 교사)</p>

<p>담임 교사로서 나는 학급회를 조직하고 학생들의 일상 규율을 정했다. 매 학급 활동 때마다 리더들이 뽑혔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기르고 지도력, 소통력, 협조력, 조직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p>

<p>나는 학생들에게 활동할 무대를 주면, 그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p>

<p>처음에 나는 나의 교습방식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보헌트 스쿨에서 예상치못한 문제들에 부딪혔다. 일부 학생들은 적응하기 힘들었다.</p>

<p>내가 처음에 피타고라스의 정의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그 명제를 스스로 찾고, 증명하고, 응용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은 중국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중요한 방식이다.</p>

<p>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피타고라스의 정의를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걸 응용하는 걸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영국 학생들의 학습 태도에 익숙해졌으나, 내 방식을 주장했다.</p>

<p>학생들에게 중국의 링 퍼즐 도구를 알려줬다. 중국에서 70개의 링 퍼즐을 사서 모든 학생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고 연습으로 풀어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그 링 퍼즐을 책상에 두고 가거나, 바닥에 버렸다. 빈 상자가 바닥에 수북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p>

<p>기억나는 또 다른 일이 있다. 3주째 어느날 오후에 조라는 학생이 교실에서 넘어져 손을 다쳤다. 조는 울었고, 학교 의사는 검진 뒤 아이스팩을 주고는 병원으로 가라고 진단했다.</p>

<p>조의 어머니와 동생이 그를 데릴러 왔다. 조는 무거운 가방을 다른 한 손에 들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p>

<p>조의 어머니도 그의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조 역시 그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부탁하지 않았다. 조의 동생이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도 조는 이를 거절했다.</p>

<p>나는 이것이 영국식 교육의 결과인지를 생각했다. 학생들을 독립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영국식 교육인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p>



전기석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kiseok@qomp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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