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은 기자 ] “지난 25년간 좋아하는 사진일까지 하며 의미 있는 경찰 생활을 했습니다.”
7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만난 최태희 경감(60·사진)은 올 12월 정년퇴직을 앞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사진 찍는 경찰관’이라는 별명으로 더 익숙한 최 경감은 지금까지 사진공모전에서 645차례 수상했다. 대한민국 공무원 중 가장 많은 상장을 받은 사람으로 행정자치부에서 인증해 2009년에는 공무원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최 경감은 1993년 우연히 찍은 사진이 대기업 주최 사진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게 됐다. 추석 명절 때 안전관리를 위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근무하던 중 노년 부부를 부축하는 기동대원의 모습을 무심코 찍은 사진이었다. 1996년부터는 근무하던 기동대 안에 사진관을 마련해 전·의경들의 증명사진을 찍어줬다. 필름값으로 1000원만 받고 증명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6년간 3만명이나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 늦은 나이인 36세에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한동안 극심 ?스트레스로 위장염을 앓았다. 14년간 자영업을 한 탓에 갑작스러운 공무원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는 동료 경찰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위장염도 나았다. 2009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인근 복지관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진강의를 했다. 강의를 그만둘 때는 자신의 수상작을 복지관에 기증해 사진 판매로 기부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찍기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주 업무에도 충실하게 돼 순경에서 경위까지 3계급을 모두 특진했다. 일선 정보과에서 근무하며 쌓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0년부터 경찰교육원 정보보안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올해 말 정년퇴직하는 최 경감의 꿈은 꾸준히 베풀며 사는 것이다. 그는 “전업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재능기부도 하고, 필요하면 작품 기증도 하면서 의미 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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