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일자리 늘려야 미래 열린다

입력 2015-08-09 18:12  

청년실업률 16년 만에 최고치
임금피크제로 고용유연성 높이고
기업·대학 취업연계 확대해야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6월 기준 1999년 6월 이래 16년 만에 최고치, 올해 대졸 취업 경쟁률 32.3 대 1, 청년 실업자 수 45만명…. 한국 청년 실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정부는 최근 ‘청년 고용절벽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서 4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민간부문에서 3만명의 일자리를 만들며 5000명의 해외 취업을 이끄는 등 2017년까지 20만명 이상의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청년 백수가 116만명에 달하는 위기 상황에서 고용절벽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청년 실업 문제를 풀지 못하면 훨씬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역설하고 있다. 스타벅스, 월마트 등 17개 미국 기업이 3년간 10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선 것도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국내 자동차업체 최초로 호봉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청년 고용의 물꼬를 튼 사례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임금 인상분의 10%를 협력사 직원과 나누는 임금공유제를 채택한 것도 파장이 작지 않다. 임금피크제로는 청년 실업 해소에 한계가 있지만 기업의 고용 잠재력을 높여준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조사도 근로자의 73%가 임금피크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대기업의 임금 수준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3.1%에서 2011~2014년 1.2%로 떨어진 반면 실질임금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생산성에 맞춘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저성장 기조하에서 임금 안정은 고용절벽 해소에 필수 요건이 아닐 수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한국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18.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전체 임금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율 인상은 경영 압박과 고용 불안의 주요 요인이 된다.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 도입으로 독일에서 약 24만명의 미니잡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은 왜곡된 노동시장의 산물이다. 한국은행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 보호가 정규직 취업을 가로막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고용유연성 제고→고용능력 향상→정규직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비정규직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크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눈높이를 낮추고 체계적인 직업교육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청년 눈높이를 가장 큰 청년 고용 제약 요인으로 꼽고 있다. 구직난과 구인난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35%에 달한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를 중심으로 고졸 취업 대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전문대의 직업교육 기능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백화점식 운영으로 전문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정, 계약학과, 현장실습 학기제 등 교육의 현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청년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취업연계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 LG그룹의 사회맞춤형 학과 운영, SK그룹의 고용디딤돌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고용 수요에 맞춰 대학이 유연하게 학과별 정원을 조정하는 시스템 개혁도 시급하다. ‘청년 실신’ 시대에 아르바이트와 인턴만으로는 미래가 없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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