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벌써 '총선 모드'…지역예산·민원 챙기기 '골몰'

입력 2015-08-09 19:38  

새누리 '민생 119본부' 가동
정책위 중심 민원 발굴 나서…지역순회 예산 당정 협의도

새정치연합 '찾아가는 정책협의'
야당 광역단체장 지역 돌며 SOC구축 등 당차원 지원 약속



[ 박종필 기자 ]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소속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민원을 발굴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별위원회·협의회 형식을 통해서다. 선거를 앞두고 하반기 국회가 ‘지역 민원 예산 전쟁터’로 변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6일 김정훈 정책위원회 의장의 국회 집무실 앞에 ‘민생 119본부’ 현판을 걸었다. 나성린 의원을 본부장으로 한 민생 119본부는 당의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정책위가 직접 나서 지역을 돌며 민원을 챙기겠다는 의미에서 만든 ‘기동대’ 성격이 강하다. 2주에 한 번 주제와 지역을 정해 찾아가 지역 공무원과 정책을 협의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첫 방문일정은 11일로 서울 구로구 소재 초등학교로 정했다. 학교 운영비 부족으로 방과후 어린이 돌봄학교를 폭염 속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교육부에 관련 예산 확충을 요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새누리당 정책위는 오는 13일 김 의장의 지역구인 부산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 시·도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나는 ‘지역 순회 예산 당정협의’를 실시한다. 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생 119본부와는 별도 일정으로 정책위 차원에서 지역에 찾아가는 예산 당정을 실시한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반영할 예산 등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해마다 지역 순회 당정협의를 해왔지만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국회의원이 직접 현장 공무원을 만나면 지역 현안 해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 안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과 함께 강원도청을 찾아 최문순 지사와 회의를 열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 ‘여주~원주 철도 건설’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시 당 차원의 협력을 약속했다. 새정치연합은 5일과 6일 대전과 충남 홍성을 각각 방문해 예산협의를 진행한 바 있고, 조만간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문 대표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비록 야당 입장이지만 지역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방정부와 협조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수권정당의 과제”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많다는 장점이 있어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역 숙원사업 의제에 여당보다 더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양당 모두 당 지도부 차원의 지역 예산 챙기기 행보에 뛰어들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미 총선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의 한 보좌관은 “당 정책위가 직접 나서 지방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지역구에도 (중앙당 정책위가) 방문해주길 바란다는 당 소속 의원의 신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양당이 지역에 가 접수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결산위원회 차원의 치열한 신경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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