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백전노장'…310야드 장타 앞세워 3년 만에 PGA 정상
이글 5점·버디 2점 주는 변형점수제 짜릿한 반전
[ 이관우 기자 ] “난 이 대회 방식을 사랑한다. 참가할 때마다 힐링하는 느낌이다.”
올해 마흔 살인 J J 헨리(미국)는 미국 PGA투어 18년차 골퍼다. 그동안 대회에 439번 출전해 두 번 우승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는 “유독 스테이블포드(점수제) 방식 골프대회에 마음이 끌린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화끈하게 질러버리는 그의 공격적 성향과 궁합이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스테이블포드의 사나이’ 헨리가 10일(한국시간) 자신의 말을 입증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몽트뢰GC(파72·7474야드)에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린 베라쿠다챔피언십(총상금 310만달러)에서다. 그는 연장전 두 번째 홀에서 카일 라이퍼스(미국)를 이글 퍼팅으로 누르고 어퍼컷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2012년 8월 이 대회의 전신인 리노타호오픈 우승 이후 3년 만에 거둔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화끈한 ‘닥공’ 부추기는 방식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어려운 성적을 낼 때 점수를 더 많이 받는다. 일반 스트로크 방식에서 3타를 줄이는 앨버트로스는 8점, 2타를 줄이는 이글은 5점을 얻는다. 그만큼 공격 본능을 자극한다. 천건우 SBS골프 해설위원은 “최악의 상황에서 3점을 잃는다 해도 버디나 이글을 잡으면 큰 손해는 보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글을 시도한다”며 “막판 뒤집기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룰”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브리지인비테이셔널과 같은 기간 열려 ‘메이저급’ 선수가 대거 불참했음에도 관심을 모은 것은 이 때문이다.
헨리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평소 평균 비거리(292.3야드)보다 20야드 더 날려 보내고, 파5홀에서는 우드로만 ‘온그린’을 자주 시도했다. 상금랭킹은 150위권 밖이지만 그린 적중률만큼은 PGA투어 9위(70.37%)에 오를 만큼 아이언과 우드샷에 자신있었기 때문이다. 그린 공략에서 홀컵 주변을 놓쳤을 때의 노련한 퍼팅도 그의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이날 연장전까지 세 번을 돈 18번홀(파5) 그린을 모두 우드샷 두 번으로 공략했고, 세 번째 온그린 시도에서 프린지에 떨어진 공을 퍼팅으로 굴려 넣어 승리의 이글을 잡아내는 투지를 보였다.
○이글 세 개로 단숨에 우승권
준우승을 한 라이퍼스도 이 방식의 수혜자 중 하나다. 라이퍼스는 이날 22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13(파5)·14(파4)·18번(파5) 세 홀 연속 이글로 15점을 한꺼번에 따내면서 5점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일반 스트로크 방식으로 환산하 ?그는 17언더파에 불과해 헨리(20언더파)와 함께 연장전을 치르지 못했다. 심지어 3위인 패트릭 로저스(18언더파)에도 밀리는 성적이다. 2006년 PGA투어 데뷔 이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그가 무명의 선수에서 단숨에 ‘이글 사나이’가 되면서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첫 승을 날린 마지막 퍼팅 실패가 실망스러웠다”며 “하지만 나에게 여전히 운이 남았는지 앞으로 출전할 경기에서 확인해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 변형 스테이블포드
일반 골프경기 룰과 달리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 더블 보기 이하 -3점 등으로 각 홀 성적에 매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골프 룰. ‘공격 골프’를 유도하기 위해 일반 스테이블포드(보기 1점, 파 2점, 버디 3점, 이글 4점, 앨버트로스 5점)보다 가점을 크게 높인 방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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