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용두사미로 끝난 '결합상품' 논란

입력 2015-08-10 19:00   수정 2015-08-12 14:49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7일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확정, 발표했다. 케이블TV업체가 자사의 방송·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의 이동전화를 묶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결합상품 시장에 만연해 있는 끼워팔기를 없애겠다는 게 요지다.

방송·통신업계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결합상품을 둘러싼 불공정행위를 없앨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방송 등을 묶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결합상품은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2007년 도입한 요금제다.

방송·통신업계는 결합상품 규제를 놓고 찬반 논란을 벌여 왔다. 케이블방송업계는 방송이나 초고속인터넷 등을 끼워주는 통신사들의 공짜 마케팅으로 시장 기반이 흔들린다며 강력한 규제를 주장해왔다. 통신업계는 두 편으로 갈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 통신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 논리를 폈다. SK텔레콤은 결합상품을 통한 가격 할인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며 맞섰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지난 1월 민관 합동 연구반을 꾸려 제도 개선 작업에 나섰다. 7개월 넘게 준비해 내놓은 개선안은 통신·방송업계 어디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짜 마케팅을 금지한 것은 진전된 내용이지만 케이블TV업계가 다른 통신사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묶어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블TV업체들이 경쟁사인 이동통신사 가입자를 유치해주는 결합상품 마케팅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미적지근한 대책을 내놓자 정치권이 끼어들었다. 한명숙·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결합상품에 대해 미래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는 정치권 개입으로 일이 더 꼬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부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들이 또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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