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삶의 질 높이기' 경쟁

입력 2015-08-10 19:06  

강남세브란스·서울성모 등
수술·치료시간 단축하고 절개 부위도 최소화
스트레스·후유증 줄여



[ 이지현 기자 ] 국내 대학병원들이 수술 및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절개부위를 줄이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치료 성공률을 넘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근 48세 여성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면서 방사선치료를 함께했다. 한 수술실에서 외과 교수가 수술 부위를 절개하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특수 장비를 이용해 방사선을 쏘는 방식이었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메이요클리닉 등이 활용하는 치료법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전체 대장암 환자의 17%, 직장암 환자의 42%는 수술뿐 아니라 방사선 치료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이들 환자는 수술 도중 방사선치료실로 옮기거나 수술 후 다시 병원을 찾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한 수술실에서 두 가지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병원의 변화는 각종 센터와 클리닉 개설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7월 세브란스병원은 암병원 내에 흉터성형레이저센터를 열었다. 각종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치료부위를 珂羞壙?관리해 상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암 환자를 위한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을 열었다. 가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종양내과 소속 의료진이 암 환자의 통증과 우울증, 수면장애, 위장장애 등을 관리하고 있다. 암 환자 생존률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것에서 벗어나 후유증과 스트레스, 통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암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과정에 참여해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수술 때 잘라내는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수술은 수술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간암 환자에게 배를 완전히 여는 개복수술보다 내시경 장비 등을 이용한 복강경수술을 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두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비슷했지만 복강경 수술을 받은 쪽이 회복기간이 짧고 합병증이 적었다. 로봇수술도 절개 구멍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로봇수술용 칼과 카메라를 넣기 위해 2~3개의 구멍을 따로 뚫었지만 최근에는 배꼽 아래에 하나의 구멍만 뚫고 하는 수술이 인기다.

병원 관계자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치료 회복과 일상 복귀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환자가 늘면서 치료 설계 방향 역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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