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렌털…프리미엄이거나 '착한 가격' 이거나

입력 2015-08-11 18:00  

렌털 기업의 5색 전략법

"최고 제품만 만든다"
청호나이스·코웨이 고품질
쿠쿠·동양은 중저가 공세



[ 안재광 기자 ] 청호나이스가 최근 선보인 커피정수기를 렌털(대여)로 쓰려면 한 달에 최소 5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 렌털료가 2만~3만원대인 보급형 정수기보다 훨씬 비싸다. 정수기 한 대에서 캡슐커피를 뽑아내고 얼음에 냉·온수까지 나오게 하려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캡슐커피 구입 비용은 별도다. 높은 가격 탓에 회사 기대만큼 많이 팔리진 않는다. 그런데도 기능을 덜어내고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기능이 우선’이란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쿠쿠전자는 렌털사업에서 ‘착한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 2009년 렌털 시장에 진입한 이 회사는 TV 홈쇼핑을 중심으로 가격 공세를 펼쳤다. 주로 월 2만원대 중저가 정수기를 많이 팔았다. 제품 생산도 직접 하지 않고 대부분 외주에 맡겼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작년 말 가입자 기준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청호나이스, 렌털 월매출 1위

정수기를 중심으로 한 생활가전 렌털 시장에서 업체의 전략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발 주자 코웨이, 청호나이스는 ‘프리미엄 전략’을 쓰고 있다. 고가의 제품을 ‘제값’ 받고 파는 것을 중시한다. 반면 후발주자인 쿠쿠전자와 동양매직은 ‘저가 전략’을 쓴다. 일단 깔아 놓고 이익을 낸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이런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경제신문이 작년 말 기준 코웨이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동양매직 교원 등 5대 주요 기업의 계정당(임대 1건당) 월평균 매출을 조사한 결과 청호나이스가 2만9500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정 수는 가입자 수와 달리 해당 기업의 렌털 제품이 몇 개나 팔렸는지 볼 수 있는 지표다. 예컨대 한 사용자가 정수기와 비데를 각각 2만원과 1만원에 빌려 쓴다면 계정 수는 2개, 계정당 월평균 매출은 1만5000원이 된다. 기업들이 휴면계정 등을 빼지 않고 계정 수를 부풀려 발표하는 일이 많아 실제 계정 수를 따로 문의해 받았다. 실적은 감사보고서 및 분기보고서를 참조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렌털 매출로만 2232억원을 거뒀고 계정 수는 약 63만개였다.

엔지니어 출신인 정 회장이 설립한 청호나이스는 ‘최고의 제품만 만든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얼음정수기 커피정수기 등 그동안 혁신적인 제품을 여럿 내놨다. 기능 위주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렌털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석호 청호나이스 사장은 “트렌드에 편승해선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쿠쿠전자·동양매직 가격 승부

2위는 코웨이로 2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렌털 매출은 3588억원, 계정 수는 460만개였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코웨이는 동급 제품에 대해 업계에서 대체로 가장 높은 렌털료를 받는다. 다만 청호나이스와 달리 중저가 제품도 많이 팔아 계정당 평균 매출은 다소 떨어졌다.

교원그룹이 뒤를 이었다. 2만2300원으로 집계됐다. 계정 수는 5대 기업 중 가장 적은 35만개였고 연 매출도 1000억원에 못 미쳤다. 동양매직과 쿠쿠전자의 계정당 월매출은 각각 1만4600원과 1만42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들 기업은 최근 렌털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하지만 작년 렌털 매출은 동양매직 1052억원, 쿠쿠전자가 1196억원에 머물렀다. 청호나이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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