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위안 내년까지 지속"
신흥국 2분기 1200억弗 유출…자금이탈 가속화 우려
美 금리인상 미뤄질 수도
[ 김동윤/김은정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위안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일회성 조정”이라던 인민은행의 공언과 달리 위안화 가치 절하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동안 이르면 다음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전격 절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자 외환시장은 물론 주식, 원자재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본 엔화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영향으로 약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급락하면서 한국 등 수출시장에서 이들 나라와 경쟁하는 국가의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안화 절하, 일회성 조정 아니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날 대비 1.86% 평가절하하면서 “시장의 환율 흐름을 반영한 일회성 조정”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향후 기준환율을 정할 때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은행이 12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1.62% 절하한 것은 전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3248위안까지 하락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은 한때 4년 만의 최저인 달러당 6.4508위안까지 하락했다. 위안화 시장환율은 기준환율에서 아래위 2%까지 움직일 수 있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위안화 가치 하락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달러화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로 강세를 보이지만 위안화는 중국의 실물경기 부진으로 약세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씨티은행은 향후 1년간 위안화 가치가 4.2%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은행 은 이날 홈페이지에 기준환율을 고시하면서 “중국의 실물경기가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6.6%)를 밑돌았다.
◆엎친 데 덮친 신흥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자 분석 기사에서 “인민은행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섰지만 세계 모든 국가의 골칫거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유럽과 미국 증시는 중국이 1차로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 11일 일제히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는 11일에 이어 12일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가장 크게 타격받는 곳은 신흥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계속 하락했다. 위안화 절하는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신흥국 통화의 동반 약세가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JP모간에 따르면 올 2분기 신흥국에선 1200여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2009년 이후 약 6년 만의 최대치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위안화 추가 절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 신흥국에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9월 이후로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원화 평가절하 압력 높아져
일본의 엔저 정책에 이어 중국까지 위안화를 전격 평가절하하자 국내 재계에선 “한국 수출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당국은 이를 용인하거나 더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낮춘 것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다투는 한국 등은 위안화 약세 때문에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베트남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동화의 가치를 달러당 2만1673동으로 유지하는 대신 하루 환율변동 가능 폭을 1%에서 2%로 확대했다. 변동 폭을 넓혀 사실상 동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은정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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