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규제 개선으로 노후 건축물 문제 해결한다

입력 2015-08-12 19:17   수정 2015-08-13 16:55

"2020년엔 30년 이상 건물이 50%
결합건축제도 등 소규모 개발 유도
슬럼화 예방, 주거환경 개선할 것"

유일호 < 국토교통부 장관 >



“우리가 건축물을 만들지만, 그 다음엔 건축물이 우리를 만든다.”

인간과 건축물의 상호관계에 대한 깊은 뜻을 담은 윈스턴 처칠 전(前) 영국 총리의 명언이다. 건축물은 우리의 삶을 표현하고 삶을 빚어내는 그릇이며, 안전한 생활과 경제·문화적 활동을 위한 공간이라는 뜻이다. 건축물의 수준은 국민의 행복과 직접적으로 관계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선 노후 건축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건축물은 올 1월 기준 전체 건물의 39%나 되고, 이 같은 추세라면 2020년에는 약 50%에 이를 전망이다. 도시계획에 따라 지어진 선진국의 건축물과 달리 6·25전쟁 이후 무질서하게 지어진 집들과 고도 성장기 ‘날림’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런 건물들이 노후화하면서 사고 위험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도시를 슬럼화해 주민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예전에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통해 건축물 낮??자연스럽게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재개발 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수가 2010년 10만가구에서 작년 5000가구로 급감했다. 건축물을 재건축하는 도시재생이 잘 되지 않으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산업 중 건축분야에만 한 해 100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직접적인 고용 인력이 40만명에 달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9일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건축투자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대규모 재건축의 대안으로 건축주들이 소규모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결합건축제도’를 통해 두 건물이 동시에 재건축을 할 때 임대료가 높은 대로변에 용적률을 몰아줄 수 있도록 했고 진입도로, 주차장, 조경 등을 공동 활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전국 949개 건축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했다. 이런 건축물에 대해선 도시건축규제를 완화하고,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저층으로 건립되는 공공건축물은 민간 시설을 유치해 고층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수변 여가활동을 위해 수상(水上) 건축물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건축 규제를 지속적으로 합리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유지된 ‘1건물 1용도 체계’에서 복수용도 허용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건축물을 계절별, 수요별로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학기 중에는 기숙사로 사용하는 건물을 방학기간에는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들 대책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보완장치도 마련했다. 그동안 개인이 노후건축물을 정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한 장기저리융자를 시작한다. 또 결합건축, 건축협정 등 새 제도를 건축주들이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건축지원센터를 설치해 컨설팅에도 나선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자체들은 연말부터 방치건축물 사업, 공공건축물 민관 복합개발 사업 등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제도를 본격 시행해 건축물의 질을 높이고 연 2조2000억원의 신규투자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을 ‘개발 만능주의’, ‘자원의 낭비’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장기적 비전 없이 무질서하게 지어진 낡은 건물을 방치하는 것은 주민의 정신까지 시대에 뒤떨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유일호 < 국토교통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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