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쉬운 제일모직의 투자자 보호

입력 2015-08-13 01:08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제일모직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전화를 걸어왔다. “제일모직이 자사주 250만주를 10월23일까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내부적으론 8월 중 매입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8월6일로 예정된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마감을 앞두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제일모직 측에 확인 요청을 했다. 제일모직은 부인하지 않으며 사실상 수긍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주식매수청구가 끝나기 무섭게 자사주 매입이 중단됐다. 제일모직이 당초 계획과 달리 8월 중 자사주를 모두 사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들렸다. 검토한 결과 일부는 9월 중순 이후 매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혹스러웠다. 제일모직에 “8월 중 자사주를 전부 매입한다는 기사를 보고 주가 상승을 기대해 주식을 산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그 점은 아쉽지만 우리가 자사주 전량을 8월 중 매입한다고 공식 발표한 적은 없다”고 했다. 주식매수청구가 끝나고 합병이 무난하게 이뤄졌으니, 시장상황을 봐가며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설명처럼 들렸다.

자사주 매입 시기는 기업이 정하는 것이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시기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언론을 통해 투자자에게 정보가 전달됐다면 이에 대해선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언론사에 정보가 흘러간 것을 알고도 방치해 놓고, 뒤늦게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고 설명하는 것은 투자자를 생각하지 않는 ‘변명’으로 볼 수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을 진행하면서 “합병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자를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삼성은 이에 합병 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배당 확대 등의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주 권익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알려진 회사 방침을 보름 만에 바꾸면서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면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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