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부양책에도 실물경기 회복 더뎌
위안화 절하로 '7% 성장' 배수진 친 듯
"다음 글로벌 위기는 중국서 시작" 경고도
[ 김동윤 기자 ]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본격 둔화하기 시작한 작년 3분기 이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틈만 나면 “중국은 경기 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지표가 나빠질 때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카드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사흘 연속 위안화 가치 절하에 나서자 역설적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2일자(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위안화 가치 절하는 중국 경제의 커지는 고충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성장률 7% 안 될 수도”
작년 말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중국 경제가 작년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올 1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작년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크고, 작년 11월 이후 본격화된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내수경기 역시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7.0%로 작년 4분기(7.3%)보다 더 낮아졌고, 2분기 성장률 역시 7.0%에 그쳤다. 작년 11월부터 각종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그나마 2분기 성장률에 대해서는 통계조작 논란까지 제기됐다. 글로벌 IB는 물론 중국 내 경제예측 기관 중에서도 2분기 성장률이 7%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직후 영국 금융컨설팅사 패섬의 에릭 브리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철도 화물량, 전력 생산, 은행 여신 등의 지표에 비춰볼 때 2분기 성장률이 7%에 크게 못 미치는 3%대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투자은행 BNP파리바 역시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 엔진이 멈춘 상태”라며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각종 대용 지표들로 판단하면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7%대에 훨씬 못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조되는 경착륙 우려
지난 6월 초순께 미국 월가에서는 중국 경제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경제에 관한 신중론자들도 경기가 최 老?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월간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의 지표가 5월부터 소폭 회복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하지만 6월 전년 동월 대비 6.8%로 올라섰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에 6.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10.6%에서 10.5%로 낮아졌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이 같은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면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경착륙 국면에 접어들고,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신흥시장팀장은 최근 “다음 글로벌 경제의 불황은 중국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성장률도 2% 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당 6.8위안까지 떨어진다”
중국 인민은행은 13일 개최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위안화 평가절하가 향후 지속될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위안화 가치 절하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언론 신랑차이장은 이날 익명의 중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현재 수준보다 더 낮추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 절하 목표가 10%에 이른다고 전했다. 글로벌 IB인 크레디트스위스도 최근 분석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8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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