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금감원의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한계 산업과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위태로운 경기를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정책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클 것이다. 올해 3% 성장도 확신 못할 상황에서 청년실업은 심각한데 노동개혁은 논의만 넘칠 뿐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중국발 환율전쟁이 벌어질 지경이다. 이런 판에 은행들이 단기 실적에 급급해 ‘대출 쥐어짜기’에만 열중한다면 멀쩡한 기업도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출을 줄이든 확대하든 그 판단은 전적으로 채권자인 은행 몫이다. 더구나 대출이 회수되는 곳이 진 원장의 말대로 일시적인 유동성 애로를 겪는 정상기업인지, 한계기업인지는 멀리서 보는 심판으로선 쉽게 판가름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언제까지 감독당국이 은행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관여하고 감독할 것인가. 설령 은행의 위기대응 방식이 보신주의처럼 비친다 해도 감독당국이 대출에 간섭하는 것이야말로 전형 岵?관치(官治)다. 경기 흐름, 산업의 부침, 개별 기업의 생존력 등 모두를 은행 스스로 판단·관리할 수 있어야 은행의 책임경영도, 금융산업의 성장도 가능해진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면 은행의 부실관리도 면책해주겠다는 말인가. 우산을 잘못 관리하면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부실이 뒤늦게 불거진 것도 산업은행을 내세운 관치 부산물인 측면이 있다. 간섭과 규제, 지도와 압박 등 초법적 관치가 산업의 자율 구조조정을 막고, 감독당국의 온갖 간섭이 은행의 보신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금융산업을 키우려면 관치부터 근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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