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버딕 지음 / 이현주 옮김 / 프런티어 / 384쪽 / 1만6000원
[ 송태형 기자 ]
1784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치료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의 ‘동물 자기’ 치료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비롯해 파리 귀족과 부자들이 그의 치료소로 몰려들었다. 동물 자기 치료는 자석을 이용한 자기에너지와 악귀를 내쫓는 퇴마의식을 결합한 일종의 최면 요법이었다. 메스머는 “자기 치료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우주 에너지의 균형을 바로잡는 방식으로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의 치료를 받고 나서 평온을 되찾았다고 증언했다.
프랑스 의료계에서 논쟁과 비난이 들끓자 루이 16세는 왕립위원회에 과학의 이름으로 조사를 명령했다. 당시 파리에 머물던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과 근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라부아지에 등 저명인사들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의 조사는 세계 첫 플라세보(placebo·효능이 없는 가짜 약) 실험으로까지 이어졌다.
조사관 湧?보고서에 “자기 치료는 우주 에너지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갖는 기대감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기대감을 불러오는 플라세보 대신 상상력이란 말을 썼다. 메스머는 “상상력이 의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 수단”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성과 과학을 믿는 조사관들의 대답은 단호한 부정이었다. 그들은 “상상력은 이성의 적이자 반항의 선동자”라고 결론 맺었고, 메스머는 의료계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돌팔이 의사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미국 과학저술가 크리스 버딕은 《상상하면 이긴다》에서 “당시 조사관들은 악성 전염병처럼 현실 세계를 위협하는 광적인 상상력의 영역과 현실 세계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며 “그로부터 2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선은 희미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금 우리는 그때처럼 상상력 때문에 쉽게 겁을 먹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통증을 덜어주는 가짜 약부터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마음속의 자기실현적인 예언들은 여전히 인간이 쉽게 속고 쉽게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뇌과학, 의학 등의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대심리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탐구한다. 기대를 달리 가지면 현실이 달라질 수 있는 여러 과정을 살펴보고 머릿속에서 뇌가 미래 결과를 예측해 현재의 삶을 바꿔놓는 모습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설계된 인간의 뇌에서 비롯된 낙관적인 기대심리는 2000년대 미국 주택시 揚?호황과 재앙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다. 집값이 계속 오르리란 기대는 ‘경제의 중력 법칙’을 집단적으로 믿지 않게 했다. 주택 구입자들은 대출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없었고 은행들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건전한 경제는 낙관주의, 심지어 역사가 준 교훈을 무시하는 낙관주의에도 의존한다. 낙관주의는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고, 투자를 장려하며, 시장 번영에 기여하는 소비지출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낙관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다시 호황이 오면 거품이 터진 잔해 속에 뚜렷이 보였던 신중과 사려의 교훈을 금세 잊어버린다.
사회적 기대는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음으로써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전복시킬 수도 있다. 록밴드 라디오헤드 7집 앨범 판매에서 성공을 거둔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지불하라’는 모델이 그 예다.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와 제임스 헤이먼은 “사람들에게 얼마를 지불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면 사업적인 거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신뢰나 협력, 호혜와 같은 사회적 기대가 그 자리를 메운다”고 설명한다.
애리얼리는 “산업화된 세계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기대나 목표, 사회적 기준 등의 개념 그 자체를 소비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며 “이런 동기 요인들은 진정한 즐거움과 효용성을 준다”고 강조한다. 복잡한 기능을 100% 사용하지도 못할 고가의 최신 휴대폰을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리했을지는 몰라도 타인의 평가 등 사회적 유용성에 대한 기대가 더 중시될 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다.
저자는 경제뿐 아니라 스포츠,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서 기대심리가 발휘하는 놀라운 힘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우리가 모든 것을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끔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추정에 이의를 제기해 볼 것”을 권한다. 그는 “앞으로만 달려가는 인간의 마음은 나라는 존재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온갖 종류의 자기실현적인 가정을 만들어내느라 바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가끔 그런 가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실험을 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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