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내용을 보면, 인성교육진흥법의 뼈대는 크게 3가지다.</p>
<p>하나는, 앞으로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교육감은 이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인성교육 시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p>
<p>두 번째는, 교사들은 연간 4시간 이상 인성교육 연수를 받아야 한다.</p>
<p>셋째는, 교육부는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해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탁한다. 전문인력 양성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공익법인, 비영리법인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기관이 맡는다는 것이다.</p>
<p>2012년 학교폭력 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인성교육진흥법'과 가장 비슷한 외국 사례는 1994년 미국의 명문화 사례가 있다.</p>
<p>하지만 학생들의 인성이 좋아졌다거나 학업성취가 향상되었다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p>
<p>외부기관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위탁하는데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인증 권한을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라는 보수단체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논란거리다.</p>
<p>이와 관련,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운동에 앞장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김동석 대변인은 "객관적으로 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사례를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 사적이고 영리적인 걸 취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며 보수단체의 인증권한 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p>
<p>하지만 근본적으로 인성교육을 교사가 아닌 학교 바깥의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한다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p>
<p>안승문 서울시 교육자문관은 "입시 위주로 공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교사한테는 인터넷 강의 틀어놓고 입시교육을 하라"면서 "정작 교사가 맡아야할 인성교육은 학교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진행하라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p>
<p>그는 또 "인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현재의 방과후학교처럼 프로그램을 대기업에 위탁하는 식으로 학원화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p>
<p>인성교육이 법제화 된다는 말에 벌써부터 자격증 시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인성교육을 민간에 위탁한다는 이야기에 '인성교육지도사' 등 민간 전문 자격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이용순)에 따르면 인성지도사 등 인성교육 민간 자격증은 무려 250여종에 이른다.</p>
<p>자격증 시장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성 바람'이 불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강세인 상황에서 '인성'을 대충 보진 않을 것 아니냐며, '스피치 학원' 등을 벌써부터 알아보는 학부모들도 생겼다는 전언이다.</p>
<p>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인성교육지도사 등 자격증들이 민간에서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고, 아이들 대상의 사교육 역시 교육부가 신호를 조금이라도 잘못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규모가 더 커지기 쉽다"며 "현재로선 대입 반영을 안 할 거라고 전면 부인했지만 뇌관이 되는 '대입 전형'에 따라 시한폭탄 터지듯 일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p>
<p>게다가 가장 중요한 인성의 '교육 내용' 또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법에서 제시한 '인성'의 덕목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여덟가지다.</p>
<p>심성보 부산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이 덕목들은 수구적인 규범들"이라며 "'배려'가 있다면 '공정성'이, '책임'이 있다면 '권리'가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p>
<p>부모가 보여줘야 할 사랑인 '자'(慈)에 대한 전제 없이 '효'(孝)를 앞세우는 것도 복종의 도덕만을 요구하는 낡은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p>
<p>그는 "무조건 정직하기만 하면 '착한 시민'이 될 뿐 '정의로운 시민'은 못 된다"며 "그런 점에서 이 법은 봉건시대 권위적인 방식으로 수구적 규범을 강조하는 법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p>
<p>심 교수는 영국에서 소개된 <시민교과>라는 과목을 예로 들어 '시민적 인성교육'이 우리시대에 잘 어울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p>
<p>"영국 등 해외에서는 학교 운영을 민주화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치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규범과 공동체 덕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인성을 함양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p>
<p>2013년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백순근)에서 나온 '초중등 학생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Ⅰ' 가운데 독일 학교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p>
<p>독일 함부르크시에 있는 렐링거 초등학교에는 '여러 학년이 혼합된 학습그룹'이 있다. 이 그룹에는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속해 공동으로 학습을 한다.</p>
<p>3개 학년이 하나의 그룹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구성원의 변동이 적고 동일한 학생들이 장기간 함께 학습할 수 있어 모든 학생이 한 학습그룹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다.</p>
<p>처음에는 주로 도움을 받던 아이들이 이후에는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며 성장한다. 학생들은 이런 학습형태 속에서 상호협력과 공동체적 역량, 책임의식, 자립적 태도 등을 함양한다.</p>
<p>이 학교에는 1999년 '아동회'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학생회도 있다. 학습그룹의 대표가 학생회의 회원이 되는데 학생회 회원들은 매일 있는 학습그룹 아침 모임에서 학교의 새로운 프로그램과 관련된 학생들의 의견과 경험을 듣고 특별한 사항이 있을 경우, 학생회에 전달해 다시 논의한다.</p>
<p>학생들은 학교 교육계획 수립에서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공동체적 역량과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역량을 키워나간다고 한다.</p>
<p>심 교수는 "지금 시대 아이들은 '인성'과 '시민성'이 융합된 존재로 길러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인성적 요소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내면화"라며 "국회 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법을, 시도 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 조례를 만들어 시민교육과 결합한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p>
<p>현재 국회에는 이언주 의원이 발의한 '민주시민교육지원법'(2015.1.22)안과 남인순 의원의 법안(2015.2.5)이 발의돼 있고, 서울시의 경우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p>
백승준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sjpaik@qomp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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