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배상 외면한 미쓰비시, 한국 공기업서 5조원 수주

입력 2015-08-14 18:43  

한전 자회사 가스터빈 프로젝트
손해배상 소송은 11건 진행중



[ 강현우 기자 ]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강제징용에 나섰던 미쓰비시가 2011년 이후 4년여간 한국 공기업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만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는 최근 강제동원됐던 중국인들에게 사죄하고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가장 크게 고통받은 한국 피해자들에게는 사과는 물론 보상도 거부하고 있다. 미쓰비시 외에도 일제 강점기에 강제징용을 하고 군수품을 납품하던 ‘전범(戰犯) 기업’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이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로부터 수주한 가스터빈 프로젝트 규모가 38기, 91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500㎿ 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터빈 가격이 2000억원 내외이며 장기 서비스 계약도 함께 체결한다는 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수주한 금액은 총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발전사로부터 따낸 수주까지 포함하면 7조원을 웃돌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복합화력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와 공기를 가스터빈에서 연소시킨 뒤 발전기를 돌려 1차로 전기를 생산한다. 이어 가스터빈에서 배출되는 고온의 가스로 물을 끓여 2차 화력발전을 한다. 가스터빈은 복합화력의 핵심 기기다. 미쓰비시 외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등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한국에선 두산중공업이 복합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일제 강점기 3대 재벌 중 하나로 강제징용한 한국인 규모가 10만명을 넘는다. 미쓰이나 스미토모 등 다른 재벌에 비해 징용 규모가 두 배에 달한다.

미쓰비시는 지난달 20일 강제노역에 동원된 미국 전쟁 포로들에게 사과했고 24일에는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 3765명에게 1인당 10만위안(약 1821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영국·네덜란드·호주 전쟁 포로들에게도 사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에겐 사과도 보상도 없다. 당시 한국인은 일본인과 같은 신분으로 노역한 것이며 책임이 있다 해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종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선 미쓰비시가 국내에서 수주한 공사 대금이나 이익을 압류하는 등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1건이며 하급심에선 대부분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미쓰비시 외에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쓰비시 계열사인 카메라업체 니콘, 전자업체 파나소닉(옛 마쓰시타), 자동차업체 도요타·닛산 등이 있? 2차대전 당시 마쓰시타는 군수업체로서 일본 내 공장에 한국인을 강제로 동원해 군함과 전투기 등을 양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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