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많이 흘리는 여름철 발병 늘어…여성보다 남성에게 흔히 발생
소변 자주 마렵거나 혈뇨 함께 나오는 경우 의심
비타민C·시금치 과다 섭취 위험…물 자주 마시고 싱겁게 먹어야
[ 이지현 기자 ] 최근 아랫배와 옆구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박영준 씨(49). 엑스레이 촬영을 한 그에게 의사는 소변이 나오는 길에 돌이 생기는 ‘요로결석’이라고 말했다. 결석의 크기가 비교적 커 제거 수술을 받은 박씨는 “옆구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고 했다.
여름철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요로결석이다. 중년 남성에게 많이 생기는 요로결석은 ‘극심한 통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요로결석으로 인한 복통은 치통, 산통과 함께 3대 통증으로 불릴 정도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상당수가 응급실을 통해 병원을 찾는다. 여름철 요로결석이 많이 생기는 이유와 예방법,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땀 많이 흘리고 물 적게 마시면 위험
요로결석은 소변이 지나는 신장과 요관, 방광에 돌이 생기는 질환이다. 소변에는 칼슘과 인산염, 요산, 수산염 등이 들어 있다. 몸속에 이상이 생겨 이들 성분이 모이면 굳어져 결석이 된다.
이 돌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안에서 돌아다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신경성 방광 등의 질환이 있거나 요로 계통이 기형일 경우 결석이 생기기 쉽다. 뼈에 있는 칼슘이 혈액으로 빠지는 부갑상샘 항진증이나 요산이 체내에 쌓이는 통풍 환자도 요로결석 위험이 높다. 소변길이 막히는 요로 폐색과 요로 감염도 주요 원인이다.
김장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결석이 있으면 요로 감염과 폐색이 함께 올 가능성이 크다”며 “결석이 있는 사람은 감염이나 폐색이 없는지, 반대로 감염이 있다면 결석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권했다.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소변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여름에는 몸속 수분을 대부분 땀으로 배출한다. 자연히 소변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소변에 들어 있는 수산염 등의 물질이 응축돼 결석으로 변한다.
요로결석 환자 10명 중 4명이 여름철 병원을 찾는 이유다. 성별로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 환자가 많다. 남성이 간에서 결석의 주성분 중 하나인 수산염을 많이 생성하기 때문이다.
백성현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여성은 결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구연산을 많이 생성한다”면서 “외식을 많이 해 짜게 먹고 비만인 남성이 많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원인의 하나다. 술을 마시면 소변 속 칼슘과 인산염, 혈액 속 요산이 늘어 결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요로결석 있으면 옆구리 통증 호소
몸속에 결석이 있어도 신장 속에만 있을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장에 있던 결석이 요관을 타고 내려오거나 요관에서 결석이 만들어지면 요관이 붓는다. 신장은 소변을 만들어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보낸다. 중간에 결석이 있으면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자연히 신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고 신장을 둘러싼 피질이 늘어나면서 통증이 생긴다. 통증은 몇십분에서 몇시간 지속하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옆구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남성은 하복부 고환 음낭으로, 여성은 음부로 번지기도 한다. 결석이 방광 근처까지 내려가면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등의 증상도 보인다. 신장 피질의 신경이 장과 연결돼 울렁거리고 토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요로결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병원을 찾으면 엑스레이와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진단한다. 소변검사도 한다. 소변에서 결절이나 혈뇨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염증세포가 늘어난 것이 발견되는 환자도 있다.
결석을 확인했다고 무조건 결석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4㎜ 이하면 그대로 두고 지켜보기도 한다. 이보다 크면 몸 밖에서 높은 에너지의 충격파를 가해 결석을 가루로 만든 뒤 소변으로 배출하게 하는 체외충격파 쇄석술 시술, 요도에 내시경을 넣어 결석을 깨고 밖으로 꺼내는 내시경 시술, 배를 열고 결석을 꺼내는 개복수술 중 환자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한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상태,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김 교수는 “비행기 조종사는 신장에 작은 결석만 있어도 운항을 못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 없애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재발률 높아 식습관 관리 중요
요로결석은 5년 내 재발률이 50%에 이른다. 한 번 요로결석을 경험한 사람은 질환을 다시 앓을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에게 결석이 있으면 아들에게 결석이 생길 위험도 높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결석 성분을 파악해 원인과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박승만 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적외선 분광법을 이용하면 적은 양의 결석으로도 요로결석 성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성분 분석으로 원인을 파악하면 재발을 막기 위해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생기면 재발 위험이 높으므로 예방을 위해 식습관을 지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다한 육류와 염분 섭취를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염분이 많은 냉동식품, 생선이나 육류 캔 등 가공식품, 간장 피클 고추장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은 요로결석 위험을 높이는 음식이다. 수산화나트륨이 많이 든 시금치, 초콜릿, 홍차, 양배추, 파 등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백 교수는 “물을 많이 마시고 싱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타민C가 간에서 결석의 주 성분 중 하나인 수산이 될 수 있으므로 하루 1000㎎ 이상 먹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혈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요로결석을 포함해 암 등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며 “결석을 그대로 두면 신장이 세균에 감염되는 신우신염 등으로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백성현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장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박승만 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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