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데스크 시각] 당명 바꾼다고 선거 이길 수 있나

입력 2015-08-16 18:14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평화민주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지난해 탄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은 1987년 이후 27년간 당 이름이 10번 바뀌었다. 선거에 졌거나,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를 하면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런데 또 당명을 바꾸려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합해 만든 당 이름이다. 지난해 7월 재·보궐선거 패배 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나자 친노무현 그룹과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명 개정을 추진했고, 지난 1월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안 의원이 “당명 때문에 집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발하면서 당명 개정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당명 개정, 혁신과 무슨 상관?

하지만 최근 들어 ‘혁신’의 일환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9월에 (당명 개정과 관련한) 뭔가 논의가 있을 것 같다”?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부르기 어렵고 야당 간판 이름인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번엔 안 의원도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혁신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을 바꿔도 상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혁신과 당명 개정이 무슨 상관 있을까. 지난해 야당은 세월호 참사라는 ‘정치적 호재’를 만났지만 6·4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했고, 7·30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국민은 친노와 86(60년대생, 80년대 학번)그룹, 민주계 등으로 갈려 계파 싸움에 몰두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등을 돌렸다.

당명 개정에는 ‘야합의 DNA’도 농축돼 있는 듯하다. 평화, 새정치, 새천년, 대통합 등을 민주와 함께 붙여서 당 이름을 만든 것은 야권의 온갖 세력과 연대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2012년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는 그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명분 없는 야합의 결과’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상황은 어떤가.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무총장 인선, 국회의원 정수 확대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문 대표가 강원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했는데, 여러 최고위원이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고 불참하는 등 지도부가 자중지란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떴다방 정당’으론 안돼

계파 갈등은 심해지고 탈당설도 끊이지 않는다.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사무총장·최고위원 폐지, 물갈이를 위한 국회의원 청년할당제 도입은 새로운 당 분란 요인이 되고 있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해놓고 경┍갸뵌??논의는 세월호법 등과 연계하며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패배에 이골이 났다. 당 이름을 바꾼다고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속은 그대로인데 겉모습만 바꾸거나, 가치관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눈앞의 선거 승리를 위해 뭉친다면 ‘떴다방 정당’과 다를 바 없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정당은 숱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100년 넘게 당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한국 정치에서도 인기가 떨어졌다거나 당 분란을 분칠하기 위해 간판을 바꾸는 ‘돌연변이 정당’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한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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