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 정체로 고민 깊어지는 삼성…이재용 '돌파카드'는 인사

입력 2015-08-16 19:07  

'전자 삼각편대' 중 반도체 빼놓곤 부진
신사업도 부진…지배구조 추가 개편 동력 약화
내달 인사평가 시작…연말 인사 폭 커질 듯



[ 김현석 기자 ] 삼성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대표 사업 중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과 TV는 정체상태다. 5대 신수종사업의 가시적인 실적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엘리엇 사태’로 기업지배구조 추가 개편은 상당 부분 추동력을 잃었다. 비핵심 사업을 팔아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싶지만 사겠다는 주체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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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올 연말 예정된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예상에서다. 일부에서는 연말 인사는 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연말 임원 인사를 위해 다음달 초 사전평가를 시작한다.

제자리인 기존 사업, 성장 굼뜬 신사업

삼성전자의 실적 호전을 이끈 삼각편대는 반도체, 스마트폰, TV였다. 이 중 반도체는 아직도 잘나간다. 스마트폰과 TV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북미에서 애플에 밀린다. 중국에선 로컬 업체들에 쫓기고 있다. TV도 마찬가지다. 세계 시장 1위를 8년째 수성했지만, 지난 2분기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할 정도로 수익성은 별로다. 미래를 보고 투자해온 소프트웨어도 고민거리다. 소프트웨어로 인해 삼성 제품을 산다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지 않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만 해도 타이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10세대 투자를 시작한 중국 업체로 인해 위기감이 크다. 전통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면 확실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신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은 2010년 5월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신수종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수시로 챙겼다. 5년이 흐른 지금 태양전지는 연구개발(R&D)만 남기고 사업을 접었다. LED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의료기기 사업은 국내 최대였던 메디슨을 인수하고, 삼성전자에 별도 사업부까지 뒀지만 계획만큼 커지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를 주축으로 하는 바이오 사업만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지만 2020년 매출 1조8000억원이 목표일 정도로 아직 규모가 작다. 전기차용 전지는 BMW, 아우디, 페라리 등 세계적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지만 치열해진 경쟁, 더딘 전기차 시장의 성장 등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춤한 지배구조 개편 및 사업 구조조정

미국과 일본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축인 전자와 금융 위주로 사업을 집중하겠다는 큰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다른 사업을 구조조정하려고 해도 국내에는 사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삼성 계열사는 대부분 1등 기업으로 규모가 커져 있어서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외국 사모펀드에 사업부문을 팔 수도 없다. 기술 유출이나 인력 구조조정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방산 및 화학 사업을 한화그룹에 넘긴 건 두 그룹의 수요와 필요가 맞아떨어진 예외적 사례였다는 게 그룹 내부의 평가다.

일단락된 ‘엘리엇 사태’의 후유증도 부담을 주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성사시켰으나 브랜드 이미지는 손상을 입었다. 언제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남겼다. 게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계속 뒷걸음질치면서 위임장을 써줬던 주주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지배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섣불리 손을 댔다가 엘리엇처럼 뜻하지 않은 장벽을 만날 수 있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한 삼성이 지배구조를 추가 개편하고 싶어도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대규모?

지난해 삼성은 연말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최소화했다.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갑자기 입원한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는 다르다. 상당수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된 만큼 후속 인사가 필요하다. 사장 6명, 임원 280여명의 거대 조직으로 오는 9월 탄생할 통합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2020년까지 매출 400조원을 달성하겠다?목표로 조직을 키워놓은 삼성전자도 매출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신사업의 획기적 도약을 위해서 과감한 발탁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전략실은 다음달 초부터 사장 및 임원 인사를 위한 평가작업에 들어간다. 평가가 10월 말 끝나 최고경영진에게 전달되면 11월 중 조율을 거쳐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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