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준우승만 세 번…'메이저 무관' 갈증 풀어
장타+정교함+강한 멘탈…3타 차로 스피스 따돌려
스피스는 매킬로이 제치고 세계랭킹 1위 올라
[ 이관우 기자 ] ‘이번에도 또 실패하면….’
17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 18번홀. 3타 차로 조던 스피스(미국)를 앞서 있던 제이든 데이(호주)는 지난 악몽이 다시 떠올라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2011년 마스터스와 US오픈, 2013년 US오픈에서 막판 타수를 지켜내지 못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탓이다. ‘메이저 무관(無冠)’의 꼬리표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떼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절박감이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게 했다. ‘평소 루틴대로만 하자!’
눈을 감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안정적으로 올리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올 시즌 최장 409야드를 날렸던 그의 드라이버가 큰 아크를 그렸다. 약간의 드로가 걸린 공은 310야드가량을 날아가 페어웨이 가운데를 갈랐다. ‘됐어!’
○챔피언 퍼팅 남기고 눈물 쏟아
그는 페어웨이 쪽으로 걸어가면서 세컨드샷을 준비하기 위해 수건으로 클럽을 닦고 있던 캐디를 바라봤다. 아버지를 여읜 열두 살 때부터 멘토이자 코치 역할을 해준 콜린 스와튼. 15년 넘게 캐디백을 메느라 아버지처럼 등이 굽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이제 된 거죠?”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에 이어 침착하게 굴린 15m짜리 긴 퍼팅이 홀컵 30cm 앞에 붙었다. 가슴 아래에서 안도의 한숨 대신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어깨가 들썩였다. 나흘간 긴 경쟁을 펼친 스피스가 홀컵 옆을 걸어가며 그를 향해 ‘당신이 챔피언이야’라고 말하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챔피언 퍼팅을 끝마친 데이는 캐디 스와튼과 부둥켜안고 무너지듯 울었다. 아내와 아들이 그린으로 달려 나와 그를 안아줬다.
‘불굴의 골퍼’ 제이슨 데이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달러)을 최종합계 20언더파로 제패하며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이날을 ‘생애 최고의 날’로 만들었다. 메이저 대회 21번째 출전 만에 일궈낸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다. 메이저 20언더파 우승은 PGA 투어 사상 처음이다. 종전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 우승 기록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세운 19언더파였다.
데이는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브리티시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4라운드에 샷 실수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파워골프’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는 대회 내내 300야드를 훌쩍 넘는 장타와 송곳 같은 아이언, ‘짠물’ 퍼팅은 물론 샷 실수가 나올 때마다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며 스피스의 독주를 저지했다.
○빈민가 출신 ‘불굴의 골퍼’
열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를 특급 골퍼로 키운 건 필리핀 이민자 출신 어머니였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년생활에서 그는 쓰레기통에서 주운 골프채와 구세군에서 얻은 옷을 입고 골프연습장에 나갔다. 어머니는 집을 팔아 골프 아카데미 수업료를 냈다. 데이는 어머니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3년간 매주 34시간씩 볼을 쳤다. 캐디 스와튼을 만난 게 그때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 싫어 그는 가급적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세 때인 2010년 미국PGA투어 HP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호주 선수로는 최연소로 PGA투어를 제패한 데이는 골퍼로서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갔다. 하지만 닥쳐온 불행을 막지는 못했다. 2013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초강력 태풍으로 외할머니와 외삼촌 등 친척 8명이 숨지는 아픔을 겪은 것. 지난 6월 US오픈에서는 2라운드 경기 도중 현기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2010년부터 앓기 시작한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이라는 희귀병이 도진 것이다.
17언더파를 쳐 준우승한 스피스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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