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백수 경험, 월급 50만원 적어
정규직 과보호가 청년 일자리 빼앗아
연공서열 파괴 등 구조개혁이 해답
[ 김유미 기자 ] 실업으로 인한 청년들의 임금 손실이 한 해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 성장의 밑천이었던 인적자본 가치가 그만큼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의미다. 저성장이 장기화한 데다 기성세대가 둘러친 고용장벽 또한 높다는 지적이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성장 충격, 청년 일자리에
18일 LG경제연구원은 ‘청년 실업으로 인적자본 훼손된다’는 보고서에서 “청년 실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인적자본 손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전체 실업률은 3%대로 높지 않지만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10.0%에 달했다. 청년 실업률과 전체 실업률의 격차는 1980~1990년대 2~3%포인트에서 2012년 이후 6%포인트로 급격히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청년들은 일자리를 탐색하는 기간이 길어 다른 연령보다 실업률이 높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청년 실업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성장 둔화로 인한 고용 충격은 청년에게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청년 실업이 향후 성장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기 힘들어 인적자본 축적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전공과 적성을 살리지 못하면 나중에도 노동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어렵다.
○실업 경험자 月 50만원 낮아
징후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년 대학 졸업자들의 3년 후(2013년)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업 경험자의 임금(월평균 199만원)은 취업 경험자(249만원)보다 월평균 50만원 낮았다. 오랫동안 직무 경험을 쌓지 못한 결과다.
이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임금손실분은 청년 실업자에게 평생 ‘낙인’처럼 따라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임금손실 규모는 2013년 총 5조원으로 추정했다. 막대한 교육 투자를 해놓고도 그만큼의 인적자본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다.
일찍 취업한 청년들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청년층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174만원(3월 기준)으로 전체 평균 임금 242만원의 71.8%에 머물렀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6.1%에서 꾸준히 하락했다. 연구개발, 컨설팅 등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07년 34.5%에서 올 상반기 22.5%로 크게 낮아졌다. 고부가가치산업에서 일자리를 못 얻은 청년들은 음식숙박업, 도소매 등에 몰렸다.
○고용보호가 기성세대에 집중
보고서는 기성세대에 집중된 고용보호 정책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저성장과 결합하면서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부족한 청년층이 집중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5~29세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2013년 31.6%에서 올 상반기 33.1%로 높아졌다. 나머지 연령대의 비정규직 비중이 모두 하락한 것과는 딴판이다.
고학력 청년들이 단순 노무나 판매직에 몰리면서 인적자원의 질은 더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고용되고 임금을 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등 구조개혁이 해답”이라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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