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금융위 제재 앞둔 '대우건설 분식회계' 3가지 쟁점

입력 2015-08-19 19:42  

(1) 잠재부실 추정, 회계처리 안하면 무조건 분식?
(2) 업계 오랜 관행인데 뒤늦게 문제삼은 이유
(3) 대우조선 '분식 의혹'에 강경해진 금융당국



[ 하수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9일 오후 4시42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오는 26일 대우건설 분식회계 제재안건을 심의한다. 대우건설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면 관행적으로 대우건설과 같은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해온 건설회사들이 모두 재무제표를 정정하고 대규모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 규모 2500억원으로 줄어

대우건설 분식회계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건설 사업장의 미래 예상 손실을 충당금으로 미리 쌓아놓지 않으면 분식회계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금융감독원은 대우건설이 부실사업장의 예상 손실을 2012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적게 반영)해 이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건설산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부동산 경기의 변화와 현장 설계 변경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양 전까지 손실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의 대우건설 감리 착수의 계기가 됐던 제보 문건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내부 회의용 자료로, 분식회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문건에 적힌 추정 손실은 2013년 하반기에 측정한 위험인데, 이를 2012년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분식회계로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항변했다.

금감원이 판단하는 분식 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추정손실 반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013년 말 금감원에 제보가 들어왔을 당시 분식 혐의 규모는 1조5000억원(47개 사업장)에 달했다. 하지만 감리에 들어간 금감원은 지난 6월 분식 규모가 5000억원(11개 사업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지난 11일 열린 감리위원회에선 2500억원(9개 사업장)만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감리위원회가 2500억원의 분식 혐의를 받고 있는 2개 사업장(합정역 ‘마포 한강 푸르지오’ 2차 및 3차)에 대해 위원들의 ‘다수의견’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명확하게 분식을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분식 금액이 2500억원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건설사 회계 잘못됐나

두 번째 쟁점은 대우건설이 지적받은 회계처리 방법은 건설업계에 오랫동안 만연한 관행이라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사업장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시행사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참여할 경우 시공사도 사업 위험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적한 PF사업장의 SPC엔 대우건설 외에 10여곳의 건설사가 참여했으며, 추가 충당금을 쌓은 건설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당시에도 관련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오랜 업계 관행이다 보니 금감원도 그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부분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건설사 중에서도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계전문가들이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따질 때 쓰는 건전성비율((손실충당금-미청구공사)/자산)을 보면 6대 건설사 중 대우건설이 가장 양호하다. 분식혐의를 받고 있는 2012년 당시 대우건설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1조1203억원으로 6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1조원을 웃돌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이라면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가 재무제표를 고쳐야 한다”며 “모든 건설사가 분식을 했다고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1년6개월 끈 감리

금융당국 일각에선 그동안 대우건설 감리를 둘러싸고 ‘무리한 징계를 할 순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대우건설 감리가 최수현 전 금감원장 당시 시작돼 1년6개월을 끌다 보니 감리 책임자와 실무자가 모두 바뀐 데다, 살아나고 있는 건설 경기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된다는 정부 차원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분식 의혹이 제기된 이후 대우건설 징계 수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각도 급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고 수주산업의 대표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태 이후 대우건설 분식혐의 처리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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