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회사차' 막는다더니…고가 차량 '탈세 방지'에 역부족

입력 2015-08-20 18:36  

허점 많은 세법 개정안

임직원 보험만 들면 50% 경비 인정…수입차 세혜택 훨씬 커
'진짜 회사차'는 되레 운행일지 작성·로고 부착 등 추가 부담



[ 강현우 기자 ]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고가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만 하면 차량 구입·유지비의 50%를 경비로 인정해줘 고가 차량에 대한 세금 혜택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비 처리에 상한선을 두면 서민에겐 혜택을 주면서도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임직원 보험만으로 50% 인정

정부가 내놓은 업무용차 관련 세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임직원 전용보험을 들면 차량 총비용(구입·유지비)의 50%, 전용보험에 가입하고 운행일지 등 업무용 운행을 증빙하면 비율에 따라 100%까지 경비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차량에 사업자 로고(탈부착식 제외)를 붙이면 무조건 100% 경비 처리해준다.

하지만 수억원대 스포츠카 등 실제 업무에 쓰이지 않는 차량까지 임직원 전용보험만 들면 50%를 경비로 인정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구입비의 경비 인정 기간인 5년간 총비용을 추산하면 1630만원짜리 국산 소형차는 3500여만원, 2억5000만원짜리 수입 대형차는 3억2300만원가량 된다. 두 차량 운행자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해 별다른 추가 증빙 없이 5년간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은 소형차가 720만원, 대형차가 6700만원 수준이다. 6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업무용 증빙이 있으면 세제혜택 격차가 더 커진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비싼 차를 탈수록 세제혜택을 많이 주는 것은 실제로 차량을 업무용으로 쓰는 영세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족을 사업체 직원으로 등록시켜 놓으면 임직원 전용보험만으로 업무용과 개인용을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비싼 수입차도 50%는 무조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0% 초과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운행일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도 강력한 제재 수단을 병행하지 않으면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업계에서도 이번 세제개편안이 고급차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업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기 때문에 고가 수입차 판매에 타격을 입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비 인정 상한제 추가해야”

정상적으로 차량을 업무에 이용해오던 사업자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권태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영세 사업자에게는 임직원 전용보험 가입과 운행일지 작성 또는 로고 부착 등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운행일지 간소화 방안은 고가 수입차 탈세를 더 쉽게 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차량 구입비 또는 구입·운영비에 세제혜택을 줄 때 상한선을 두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업무용 차량 구입·운영비의 경비 산입 허용 상한선을 3000만~5000만원으로 둔 법안이 지난 7월 이후 네 건 올라왔다.

권 간사는 “차량 구입비에 상한선을 두고 유지비 부문은 업무용 운행비율만큼 인정하되 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고가 수입차 탈세를 제대로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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