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산업용 섬유 개발
소송리스크 벗어난 아라미드…타이어코드·에어백쿠션 등 '효자'로
자동차 경량화 소재시장도 공략
올해 영업이익 3000억원 전망
2분기 수익성 일본 도레이 바짝 추격…코오롱스포츠 등 패션부문도 '날개'
중국에 연말까지 매장 215개 열어
[ 송종현 기자 ]
한국에서 섬유산업은 한물간 사업으로 취급받는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시장 환경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하더라도 지금과는 사정이 달랐다.
1983년 한국 제조업에서 섬유·의류업 종사자 수와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4.0%와 17.6%로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년이 지난 2013년에는 이 비율이 각각 5.8%와 3.1%로 뚝 떨어졌다. 한마디로 별 볼 일 없는 산업이 됐다.
이렇게 한물간 사업인 섬유산업에서 60년 가까이 성장을 거듭해 온 기업이 있다. 코오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주인공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이 1957년 설립한 한국나이롱을 모태로 한다. 의류용 섬유에서 시작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창립 후 58년 동안 섬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대기업들이 섬유를 ‘사양 산업’으로 인식해 손을 뗀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대신 자동차 등에 쓰이는 최첨단 산업용 섬유 개발을 강화했다. 사업영역도 패션 등 연관 분야로 확장했다. 타이어의 내구성 등을 강화해주는 타이어코드, 철보다 강도가 센 아라미드 등 산업용 섬유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효자’로 떠올랐다. 패션·유통사업은 중국 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60년 한 우물 파기가 ‘섬유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4년 만에 최대 실적 낼 듯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3~2014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필름 등 일부 제품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제품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해당 제품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주력 상품들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2.8% 증가한 7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산업자재, 패션, 필름·정보전자 소재 등 거의 모든 사업 부문이 골고루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는 2011년(4021억원) 이후 최대 규모인 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익성 지표는 글로벌 톱 수준의 섬유기업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6.2%를 기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의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1분기 영업이익률은 7.4%로 두 회사 ?격차는 1.2%포인트 수준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과 도레이의 2014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은 각각 3.5%와 5.7%로, 격차는 2.2%포인트였다.
효자로 떠오른 산업자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최근 실적개선 추세에 가장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사업부문은 산업자재다. 대부분 타이어코드 에어백쿠션 등 자동차에 사용되는 소재들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부분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자동차 안전 관련 부품기업인 오토리브와 3년간 3800만달러(약 423억원) 규모의 자동차 에어백 쿠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오토리브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공급받은 에어백 쿠션을 에어백 모듈로 조립해 포드자동차에 납품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듀폰과의 아라미드 소송 영향으로 2013년 3월 이후 미국 기업과 신규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회사인 코오롱플라스틱을 통해 자동차 경량화 소재부문의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벤처 정신의 산물, 패션·유통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유통부문도 중국 시장 등에서 약진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연말까지 중국에서 ‘코오롱스포츠’ 215개 매장을 개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측은 특히 지난 4월 서울 건국대 주변에 개점한 새로운 형태의 의류유통점 ‘커먼그라운드’ 성공에 고무돼 있다. 커먼그라운드는 200개의 특수 컨테이너를 유기적으로 쌓아 올리는 식으로 건설해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 발굴과 육성을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자체 브랜드를 제외한 중소강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했다. 매장 내 식당들도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아닌 맛집으로 소문난 소규모 유명 음식점들로 채웠다.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커먼그라운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벤처 청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매장”이라며 “비교적 덜 성숙한 상권 위주로 2·3호점을 선보여 상권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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