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발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채굴 공법이 본격 활용된 것은 2011년 이후다. 고압의 물을 분사해 바위를 파쇄하는 수압파쇄법과 수평시추법으로 셰일층에 들어 있는 가스와 원유를 끄집어내는 기술이다. 셰일이 등장하면서 떨어진 유가는 오히려 셰일가스 업체들에 타격을 주었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셰일가스 혁명은 흘러간 옛 노래라는 비관적 기사까지 미국 언론에서 보도됐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의 상황은 그랬다.
하지만 지금 셰일시장이 다시 활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파산하는 기업도 거의 사라졌고 가스 생산도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셰일 생산에 사용하는 시추탑(리그·rig) 설비가 7개월 만에 늘고 있다. 생산비용은 1년 새 30% 이상 줄어들었다. 노스다코타의 파켄 광구에서는 배럴당 30달러대에도 채산을 맞출 수 있는 유전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기술 혁신과 경영혁신이 만들고 있는 제2의 셰일가스붐이다. ‘셰일가스 2.0’ 시대의 진입이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다.
정작 빅데이터의 활용이 혁신을 가속화시켰다. 기존 매장지역들의 지질이나 지형, 온도, 주위환경 등 빅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보다 정확한 매장 지역을 찾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10~20%에 불과했던 가스전 발견 확률이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채굴 비용도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빅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다(Big Data is new oil)’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각종 굴착 장비의 혁신도 비용을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수압파쇄법에서 물을 운반하는 파이프의 재질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길어지고 있다. 하나의 파이프로 여러 군데 가스전을 채굴할 수 있는 등 첨단 제품도 나왔다. 무엇보다 그동안 투자된 기초 비용이 빠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다. 가스 파이프나 각종 수송 장비 등은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상태다. 도로와 항만 등 기초 인프라의 활용도 훨씬 편리해졌다. 물론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가 늘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혁신이 계속 혁신을 낳고 있는 기제다.
미국은 지난해 원유를 1164만배럴 생산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다. 불과 5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물론 가스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5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한다. 결코 헛된 얘기가 아니다. 셰일가스의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세계 판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하다. 한편에선 두렵기도 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ゴ?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