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다. 유권자가 8억1000만명이 넘는다. 2014년 총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인원만 5억5000여만명이다. 의원내각제에서 543명의 하원 의원을 뽑기 위한 선거에 입후보한 인원만 8251명이다. 전국 정당이 6개, 지방정당은 51개다. 군소정당까지 합치면 1700개 이상이라고 한다. 선거 기간도 무려 한 달이다. 국가의 공식적 선거비용이 6억달러, 총 선거비용은 50억달러를 넘는다. 5년마다 한 번씩 이런 선거를 치르는 게 인도 정부로선 큰 부담이다.
이 같은 시스템을 제도화한 인도의 헌법이 더욱 눈길을 끈다. 현재 인도 헌법은 조문이 448개로 세계 헌법 가운데 가장 길다. 세계 헌법에서 좋은 내용을 모두 따왔다는 얘기도 있다. 야생동물 보호도 헌법에 규정돼 있다. 무엇보다 의석할당제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토착 부족이나 여성에게 의석을 일정부분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카스트제도에서 최하위 계층에도 의석을 할당한다. 이런 의석을 넣을 만큼 인도 정치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헌법 개정만 올해 6월까지 99차례나 있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인도국민당(BJP)을 이끌며 선거에 승리, 총리 자리에 오른 나렌드라 모디는 인도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었다. 평민 계급인 바이샤 출신인 그는 과감한 개혁정책을 내세우면서 인도를 잠에서 깨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모디노믹스’가 의회 암초에 걸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 개발 사업시 토지수용 요건을 완화한 토지수용법 개정안이 이번 회기에도 처리되지 못하고 겨울 회기로 넘어갔다고 한다. 야당인 국민회의당이 반(反)농민 친(親)기업적 법률이라며 반대한 탓이다.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은 하원에서 6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만 상원에선 국민회의당에 열세다. 이 토지수용법 개정안은 국내 기업과도 많은 관련이 있는 법안이다. 주마다 다른 세금을 통합해 상품·서비스세(GST)로 개편하려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도 이미 물 건너갔다. 노동개혁을 위한 노동법 개정도 지지부진이다.
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인도 의회는 부패 스캔들에 얽혀 있는 외무장관의 퇴진문제를 놓고 정치적 다툼만 시끌벅적한 상황이다. 인도 의회가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는 하소연이 인도 기업인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의회가 문제인 건 한국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도 포퓰리즘에 걸리면 코끼리 넘어지듯 별 뾰족한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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