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약강국, 한여름 밤의 꿈인가

입력 2015-08-23 18:07  

신약 연구개발 및 위험부담
약가 산정시 전혀 고려 안 돼
약가결정제도 재정비 절실해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제약산업이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독점특허와 더불어 수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창출 가능한 부가가치도 수조원에 달한다. 길리어드가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자한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는 누적 매출이 이미 투자의 약 3배에 달하는 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약 ‘리피토’는 2010년 단일 신약으로서 12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자동차 94만대를 수출한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반해 국내 제약산업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한국 제약사의 글로벌 신약 성적은 전무하다. 복제약과 내수 중소 시장 위주로 편중돼 있다. 세계 10위권의 국가 경제력이 무색할 정도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제약강국 육성 비전 및 신약 개발 관련 정책방안을 제시했지만 국내 제약산업은 여전히 어려운 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신약 개발에 나서도 개발원가에 상응하는 가격 보상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다. 약품 가격 결정 단계에서 중복 인하가 초래되고 있고, 혁신성에 관한 판별 기준도 모호하다. 약가 책정 후에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이유로 많이 팔리는 약의 가격을 또다시 내린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낮아진 약가가 수입국의 참조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현행 약가는 신약의 R&D 비용 및 위험 부담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방식으로 결정된다.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R&D 투자와 직결된 약가산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한국 제약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1.25%다. 10년 전인 2003년(1.24%)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1년 기준 국내 10대 제약사들의 R&D 투자금 합계는 미국 화이자 1개사의 5.3%에 불과하다.

이 상태론 정부가 제시한 제약강국 비전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이원화된 약가결정기구 체계로 인해 초래된 약가 관련 규제의 혼선과 난립, 약가 중복 및 과다 인하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 약가 예측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제약사들의 R&D 투자 위축은 당연한 일이다.

또 약가 산정 시 신약의 개발원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약가 결정 후 신약의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거나, 수출을 위해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하면서 추가적인 투자비용이 발생해도 신규 개발원가를 경신할 절차조차 없는 상황이다. 임상적 우월성 및 혁신성 등 우수한 의약품의 가치 수준이 신약 가격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약가가 보장돼야 한다. 대체 약제 가격이 오히려 신약 가격보다 높게 유지되는 기형적 상황도 개선시켜야 한다.

이제 ‘글로벌 50대 제약사 0개, 글로벌 신약 개발 성공 0건, 블록버스터급 신약 보유 개수 0개’라는 초라한 성적에서 탈피하는 게 급선무다. 약가제도 개선은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이 가능한 혁신적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사의 등장을 위해 시급히 선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국내 임상시험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신약 개발 능력이 충분하다. 이제라도 제약산업이 R&D 역량을 확충하는 데 적합한 약가산정제도를 찾아야 한다.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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