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 휘청…'차이완' 누린 만큼 쓴맛

입력 2015-08-23 19:35   수정 2015-08-24 05:20

수출 절반 중국에 의존 '중국발 쇼크 직격탄'…주가 2년 만에 최저

2분기 성장률 0.5%로 '뚝'
내년 총통선거 후보 3명 각축…정치 불확실성도 커져



[ 김은정 기자 ] 대만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산업생산과 수출주문 등 경제지표가 줄줄이 악화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하는 등 의존도가 높아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전자제품 시장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 투자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 치러질 총통선거와 관련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 잇단 하향 조정

대만 증시의 대표지수인 자취안지수는 지난 21일 전일 대비 3.02% 떨어진 7786.92로 마감했다. 2년 만에 최저다. 대만 경제 주축인 정보기술(IT) 부품기업의 활황 덕분에 지난 4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9913.28) 대비로는 22% 급락했다. 최근 대만 증시 폭락은 반도체 컴퓨터 철강 전자부품 등 수출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이 이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姸?구조를 갖고 있는데 올 상반기 대만 GDP의 45%가 중국 수출에서 나왔다”며 “과잉 투자와 글로벌 수요 부족으로 인한 중국 실물경제 부진이 대만 증시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의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절반 이상은 전자부문이 차지한다. 대만 총 무역액의 30% 이상이 전자부문에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대표 시장으로 급성장하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올 2분기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1분기까지 3%대 후반을 나타냈던 대만의 GDP 증가율은 2분기 0.5%에 그쳤다. 2012년 2분기 이후 최저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과 대만 경제연구기관은 일제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작년 말만 해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7%로 전망했으나 지난달 일제히 3.3%와 3.5%로 수정했다. 불안해진 해외 투자자들도 앞다퉈 대만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만 49억1000만달러(약 5조8600억원)로 집계됐다.

○“금리 인하 가능성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만 총통선거도 대만 경제에 변수다. 내년 1월16일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가 부상하지 않아 정치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제1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독주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달 5일 쑹추위 친민당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창당 이후 15년간 당수를 맡아온 쑹 후보의 지지율이 예상을 초월하면서 대선전이 예측불가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조사에서 차이 후보의 지지율은 40%를 웃돌았다. 집권 국민당의 훙슈주 후보는 30% 안팎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쑹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 차이 후보와 쑹 후보가 각각 34%, 24%의 지지율로 다투고 있고, 훙 후보는 3위(17%)로 내려앉았다. 국민당은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을,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친민당은 “과거 16년간 국민당과 민진당이 집권하는 동안 거대 양당 중심의 사회 대립구조만 가중됐다”며 중도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중국 경기 부진의 심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대만의 경제 여건이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만 증시의 하락 속도가 더 가팔라지면 증시안정 대책이 발표되거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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