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을 찾는다는 대우증권만 해도 그렇다. 산업은행은 높은 가격에 팔아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말해왔지만 매각을 질질 끄는 바람에 오히려 그 반대가 된 꼴이다. 한 달 전만 해도 5조원을 웃돌던 대우증권 시가총액이 지금은 3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매각을 미루는 ‘정부형 구조조정’의 전형적인 실패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비금융 자회사 사정은 더 심각하다. 산업은행이 2000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자회사로 편입한 대우조선해양이 단적인 사례다. 7년 전만 해도 한화그룹이 6조4000억원을 제시했던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이 산은의 판단 미스로 지금은 6000억원대로 떨어져 무려 10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뿐인가. 산업은행이 매각을 미루면서 대우조선해양은 그 자체로 부실덩어리가 돼가는 중이다. 산업은행이 최근에야 알았다는 2조원대의 부실 은폐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2분기에 ?3조318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손실도 봤다. 지난해까지 대출 1조1273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자회사가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원금 회수를 생각하다가 매각 기회를 놓친 것 치곤 너무나 큰 경영 실패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15%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만 무려 100개가 넘는다는 점이다. 책임도 없고 속도조차 느려터진 정부 은행이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며 사실상 재벌 흉내를 내온 결과다. 그러다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마지못해 매각에 나선 모양새다. 정부계 은행의 이런 문제점은 산업은행만이 아니다. 자산건전성이 최하위로 떨어진 수출입은행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의 뇌관인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데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만 1조원이 넘는다. 가뜩이나 부실하다는 기술금융을 놓고 영역 싸움을 벌이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문제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회사 매각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계 은행 및 정책금융 전반에 구조적 메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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