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중동 국부펀드에 우리은행 지분인수 재타진"

입력 2015-08-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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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부위원장, 9월 중동행…UAE·쿠웨이트·카타르 등에 4~10% 지분 투자 제안

과점주주 매각 방식 추진
"PEF 등 단기 투자자 아닌 장기 투자자 유치 할 것"



[ 이태명/안대규/김일규 기자 ]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두바이투자청(ICD), 쿠웨이트투자청(KIA) 등 중동지역 국부펀드 유치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지분을 쪼개 여러 투자자에게 팔겠다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이다.

25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중동 출장길에 올라 현지 국부펀드 등과 투자 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위한 시장 수요조사 차원”이라며 “중동 각국의 국부펀드 관계자와 만나 제값을 치르고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출장기간 ADIC와 KIA, ICD, 카타르투자청(QIA) 등 주요 국부펀드를 만날 예정이다. ADIC는 자산규모 900억달러의 세계 3대 국부펀드로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함께 중동을 대표하는 국부펀드다. KIA는 자산규모 5480억달러로 아시아권 투자비중이 31.4%에 달한다. ICD와 QIA의 자산규모는 각각 70억달러, 256억달러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동 국부펀드는 2010년부터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며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에서 가장 유력한 지분 인수 후보여서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접촉했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중동 국부펀드들에 과점주주 방식의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4~10%의 지분 투자를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분 30% 이상의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추진했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실패하자 지난달 21일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새 계획을 내놨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4%) 중 30~40%를 10여곳의 투자자에게 4~10%씩 쪼개 팔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중동 국부펀드와 접촉하는 것은 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5월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카타르 및 UAE 국부펀드를 만나 우리은행 지분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은 없었다. 낮은 자본 수익성과 정부의 시장개입 등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상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조만간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이행약정(MOU)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매각가격도 문제다. 정부는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 자금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하로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주당 1만3500원 밑으로는 지분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25일 기준 우리은행 주가는 주당 8910원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10여개의 사모펀드(PEF)뿐”이라며 “정부는 PEF 등 단기투자자가 아닌 중동 국부펀드와 같은 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인다는 생각인데, 매각가격 등을 감안할 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명/안대규/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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