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바뀐 보험사-보험대리점 관계 손본다

입력 2015-08-27 16:54  

중소형 보험사인 A사는 얼마전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500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할 정도로 단숨에 실적을 끌어올렸는데 알고 보니 불완전판매가 대부분이었다. A사는 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물론, 고객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상품을 판 것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할 처지다.

이같은 일들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27일 ‘보험상품 판매채널 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보험대리점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내년에 보험업법 개정도 추진한다. 중장기 과제로 보험분야도 펀드처럼 상품 설계와 판매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독립 법인을 말한다. 2006년을 기점으로 보험대리점의 판매 비중은 보험사 전속설계사의 비중을 넘어서 지난해 말에는 34.3%까지 올라섰다. 보험업계에선 “GA가 갑이고, 보험사가 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보험사의 수익 구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보험사의 GA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을 악용해 일부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은 실적을 쌓는데 급급해 불완전판매를 발생시키는 일이 잦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금감원은 우선 자율협약을 제정해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자율협약은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보험사?보험대리점 간 수수료 정책 등을 담은 표준위탁계약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과도한 스카우트 관행에 제동을 거는 내용도 자율협약에 담을 예정이다. ‘2년 연봉 6000만원 보장’ 등을 내건 보험대리점 간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보험대리점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할 법적인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보험대리점이 보험사에 위탁계약서상 모집수수료 이외의 부당한 요구를 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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