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한국·일본, 서로 다른 창조경제

입력 2015-08-27 18:17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그저 그런 ‘벤처’가 아니라 ‘이노베이션 벤처’다. 단순히 창업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일본 경제사회와 산업구조에 빅 임팩트를 줄 ‘혁신적 첨단 벤처’다.” 일본 아베 내각이 ‘Japan is BACK’이란 부제를 단 일본부흥전략 2015년 개정판에서 던진 화두다. 이른바 ‘벤처 창조 선순환’. 주목되는 것은 그 방점이 ‘대학’에 찍혔다는 것이다. 벤처 창출을 위한 ‘특정연구대학’ ‘탁월대학원’ 등 전혀 다른 유형의 대학·대학원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특정연구대학은 정부가 쥔 권력을 국립대학에 이양한다는 게 핵심이다. 우수한 국립대학에 경영권과 수익사업권을 과감히 넘기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준점이 명확하다. 대학이 기업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돼야 벤처 창조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대학은 대학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학에 베팅하는 일본

탁월대학원도 기존 틀을 깨뜨리긴 마찬가지다. 복수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 해외 기관이 공동으로 설립한다는 발상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최첨단 융합 분야에 대응하고, 신영역·신산업을 창조하고, 신규 창업을 일으키겠다는 게 그 목적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겨냥해 미국 서해안과 같은 글로벌 벤처 거점을 일본에 형성하겠다는 야심도 엿보인다. 아베의 전략은 한마디로 대학을 중심으로 창조경제와 대학 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일본 부흥의 견인차로 삼겠다는 의도다.

출범부터 창조경제를 부르짖은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정부가 창조경제를 완비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방점이 찍힌 곳은 대학이 아니라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스스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목적으로 스타트업을 키우는 거라면 누가 뭐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건 대기업을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관치 창조경제요, 아무리 좋게 봐도 창조경제라는 이름의 사회공헌센터가 돼버린 모양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기 코가 석자인 대기업이 느낄 심리적 압박감이 어떻겠나. 간혹 정권에 밉보였다고 걱정하거나 정권에 감사를 표하고 싶을 때 그룹 총수가 들를 만한 곳으론 안성맞춤이라는 대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어찌 될지 걱정이다.

전략에서 밀리는 한국

대학 구조개혁도 소리만 요란하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교육 개혁은 4대 구조개혁 중에서도 뒷전이다. 교육 개혁 중에서도 대학 구조개혁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뿐인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교육부가 무슨 개혁자인 양 유체이탈을 밥 먹듯 하고 있으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방향이라도 맞게 잡았으면 또 모르겠다. 일률적 정원 감축, 눈앞의 취업률 제고 등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도대체 대학 개혁은 왜 하는 건지 큰 그림이 없다. 교육부가 하는 일이란 그저 권력이란 권력은 다 움켜쥐고 대학 줄 세우기 하는 게 전부다. 이러니 누가 대학에 투자하려 들고, 무슨 창업다운 창업이 나오겠나.

보다 못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일부 우수 대학만이라도 등록금 자율 책정 등 일체의 ‘규제 프리존’으로 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부에서는 기대난망이다. 창조경제, 대학 개혁에서 밀리면 무엇으로 일본을 이기나.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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