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오 챈·마이클 자쿠어지음 / 홍선영 옮김 / 부키 / 320쪽 / 1만5800원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봉건 경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했던 1949년부터 1979년까지도 중국에는 사실상 소비경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1990년대가 되자 사기업과 시장 기반의 고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많은 중국인이 가처분소득을 얻게 되면서 돈 쓸 곳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세계 명품의 25%를 중국 소비자들이 산다. 그중 60%는 중국 본토 밖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2013년 설 연휴 동안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명품 구입에 소비한 금액은 85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슈퍼 소비자’가 세계시장의 새로운 주도자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 사업을 컨설팅해온 사비오 챈은 《중국의 슈퍼 컨슈머》에서 중국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중국의 슈퍼 소비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왜 사는지, 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한다. 또한 중국의 오랜 역사가 어떻게 슈퍼 소비자 등장의 발판이 됐는지 중국의 역사, 문화, 언어, 사고방식을 통해 탐색한다. 아울러 絹湧?소비가 현재와 향후 10년 동안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살펴본다.
저자들은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소비자를 이해하고 중국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이 공유하는 문화적·역사적 요소 가운데 유교, 불교, 도교를 바탕으로 한 종교·철학적 전통, 색과 숫자에 부여하는 의미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이 구매 동기로 이어지고, 구매 동기는 제품 디자인, 모양, 크기, 색상, 가격, 판매경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 마케팅, 이익까지 결정한다.
코카콜라는 중국 진출 초기 소리를 그대로 문자로 옮겨 ‘커 코우 러 라’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밀랍 올챙이를 물어라’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뒤늦게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중국 문자 4만개 이상을 조사한 끝에 발음이 유사하고 의미 있는 뜻을 담으면서도 상품을 잘 드러낸 말을 찾아냈다. ‘커 코우 커 러’다. 여기에는 ‘입안의 행복’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피자헛은 시장을 분석하고 외국 음식에 대한 중국인의 태도, 식사 습관, 음식 선호도를 조사해 궁극적으로 자사의 가치를 어떻게 중국화할 것인지 연구했다. 그 결과 피자헛은 13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중국에서 가장 크고 성공한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이 됐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반면 도미노피자는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이미 구축된 사업 모델로 진출했다가 실패했다.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빈번한 중국 대다수 도시에서 피자를 30분 안에 배달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또한 테이크아웃이란 개념이 생소한 중국에서 테이크아웃 서비스만을 고집했다. 현재 중국의 도미노피자 매장은 40개도 안 된다.
여행 및 관광의 폭발적 증가 만큼 현재 중국의 슈퍼 소비자가 갖고 있는 힘을 잘 나타내는 것은 없다. 중국 여행자는 해외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외 구입 가격이 중국보다 30~60% 싸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세련된 교양, 소비력을 드러낸다. 중국시장과 중국 밖의 소비 인구가 결합해 중국의 슈퍼 소비자를 낳은 것이다.
중국인은 기업이 상품을 디자인하고 구축하고 시장에 내놓고 판매하는 방법까지 바꾸고 있다. 전 세계 무역수지를 바꾸고, 브랜드를 창출하는가 하면 없애기도 한다. 세계 각지의 오프라인 소매업과 전자상거래를 좌지우지한다. 중국인들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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