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

입력 2015-08-28 07:00  

경영학 카페

조직에 대한 관대한 평가는 리더의 그릇된 선택 불러

창조시대에 추격전략 안통해…새로운 방향성·리더십 절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는 냉정하면서 본인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태도를 비꼬아 하는 말이다.

누구나 이런 경향이 있지만, 리더가 이런 태도를 가지면 조직의 미래는 점칠 수 없게 된다. 조직에 대한 관대한 평가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어렵게 하고 결국 리더의 그릇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에겐 남의 시선으로 자신과 조직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출판계에선 자신을 돌아보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점가에선 지난 3개월 동안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회와 한국 기업 이야기가 연이어 등장했다. 저널리스트로 오랜 시간 한국에서 근무한 영국인 다니엘 튜더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 이어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병역의무를 대신해 한국에서 대사관 인턴생활을 하고, 이를 계기로 아예 문화인류학자가 된 프랑스인 뱅자맹 주아노는 ‘한국의 스케치’라는 영문 서적을 출간했다. 가장 따끈따끈한 신간은 LG전자 최초의 외국인 임원을 역임한 에리크 쉬르데주가 쓴 ‘한국인은 미쳤다’다.

한국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한국은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원조를 받아 살아가던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원조 지원국으로 발전했는지 성공비결을 궁금해할 만하다.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성공 비결은 우리 자신도 돌아보고 연구해야 할 점이다. 필요하다면 외국인의 눈을 빌려서라도 우리 사회의 성공 요인과 잠재적 위험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성공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면 변동성이 커진 세계 시장에서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보다 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느 나라, 어느 집단도 영원한 강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계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다큐멘터리 ‘대국굴기’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패권국들은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국력을 집중해 시대의 흐름을 주도했다. 대항해 시대에는 강력한 함대를 구축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유럽을 호령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과학과 산업발전에 투자한 영국이 선진국이 됐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이라는 정치 혁명으로 아시아 강대국으로 일어섰다.

한국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중공업 우선 정책으로 경제 기반을 만들었고, 앞선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는 전략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이런 정책과 전략의 유효기간이 거의 막바지에 달했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더는 경제분야를 선도할 만?전문적이지 않고, 창의성의 시대에서는 모방을 통한 기술 추격이 더는 성공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향성과 사회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집권세력, 제 일을 해내지 못해 국민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정부조직, 기업을 개인 소유로 여기는 창업주 가족들로는 한국 사회의 재도약은 힘들어 보인다.

새로운 방향성과 리더십을 찾기 위해 타자의 시선을 빌려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 왔다. 얼마 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모 그룹사의 사장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현직 회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을 지켜보던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우리가 놓친 부분을 지적했다. 사진 속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남성 호르몬만 넘쳐나는 집단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화약고라는 점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남성 위주 문화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는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돌아보고 반성하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김용성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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