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현대전쟁은 '그림자 전쟁'…특수부대, 9·11 테러 후 최전선으로

입력 2015-08-28 19:51  

[ 이정선 기자 ]
‘지옥훈련’이라고 불리는 미국 육군의 최고 군사훈련 ‘레인저 스쿨’. 중무장 산악훈련, 고공낙하는 물론 악어와 독사 등이 우글거리는 최악의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림자 전사(shadow warrior)’라고 불리는 미국 특수부대의 혹독한 훈련 과정으로 정평이 나 있다. 델타포스, 지아이제인 등 영화의 단골 소재로도 유명한 특수부대의 존재는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군 장교 두 명이 레인저 스쿨을 수료하면서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특수부대는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사건 이후 전면전보다 비정규전을 통한 분쟁 지역이 확대되면서 그 역할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남자들도 견디기 힘들다는 레인저 스쿨의 여성 참여는 특수부대가 보편화하고 있는 지구촌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SAS·델타포스…특수부대 전성시대

현대적인 의미의 특수부대로는 1941년 창설된 영국 공수특전단(SAS)이 꼽힌다. 2차대전 당시 SAS는 독일군 후방에 침투해 수많은 전투기를 폭파하며 명성을 널리 알렸다. 1980년 5월 런던 주재 이란대사관에 침입한 인질범을 제압한 것도 SAS였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인정받는 SAS 요원들은 65㎞의 산악 행군로를 식수와 휴식 없이 주파하는 등 극한의 훈련을 받는다.

최정예 요원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가장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의 지휘로 다양한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특명으로 창설된 ‘실(SEAL)’은 바다(sea), 하늘(air), 땅(land)을 조합한 이름 그대로 육·해·공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를 가리킨다. 이 중 ‘네이비실 6팀’이 가장 유명하다. 그레나다 침공, 파나마 침공, 1~2차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롯해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 굵직한 작전을 수행하며 명성을 알렸다. 네이비실 6팀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영국 SAS를 본떠 1977년 창설된 ‘델타포스’다. SOCOM 산하 최대 조직은 그린베레로 유명한 육군 특전사다. 영화 람보 시리즈에서 주인공 람보가 그린베레 출신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프랑스도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선수단 인질 사건을 계기로 특수부대 지젠느(GIGN)를 창설했다. 영국 SAS를 모델로 한 이스라엘의 ‘사이렛 매트칼’도 내로라하는 특수부대로 꼽힌다. 러시아도 ‘스페츠나츠’라는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1950년대 서방에 대한 정보 수집과 요인 암살 등을 목적으로 창설됐다. 1968년 체코 프라하의 봄 진압 등을 통해 악명을 떨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내전이 발생한 예멘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친정부 세력을 돕고 있다.

‘9·11테러’ 이후 중요성 더욱 커져

세계 분쟁의 흐름은 9·11테러 이후 점차 전면전보다는 비대칭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IS처럼 일정한 전선을 형성하지 않는 비정규전이 늘고 있어서다. 2013년 출간된 서적 비열한 전쟁들(Dirty Wars)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그림자 전쟁’이 현재 국제 분쟁의 본질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매체 네이션은 올해 초 “9·11사태 이후 알카에다 조직 확대 등으로 36개 이상의 국제 테러단체가 새로 결성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특수부대 규모를 대폭 늘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정규 부대에 대한 지원은 줄이는 대신 특수부대 역할을 계속 확대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및 이라크 전쟁 등으로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내세운 외교안보정책 ‘최소한의 개입(light footprint)’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 특수부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특수부대는 남미, 아프리카, 유럽 등 81개국에 진출해 직접 테러를 진압하는 것은 물론 현지 국가의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WSJ는 미국 특수요원들이 거의 모든 대륙에 파견돼 있는 상황을 빗대 ‘해가 지지 않는 특수부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특수부대원들은 해당 지역의 언어까지 익히고 있다. 미국의 전 특수부대요원 데이비드 맥스웰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어와 차드어, 서아프리카의 토착어와 결합된 혼성영어까지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선 한국경제신문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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