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한강변 안전은 우리가…" 매일 50㎞ 페달 밟는 '파수꾼'

입력 2015-08-29 09:05  

서울지방경찰청 '자전거 순찰대' 동행취재

여름철 두달간 한강 치안활동…자전거 안전사고·범죄 예의주시
부상자 발생땐 응급 처치·후송…운동하다 탈진한 시민 구조도
"보호장구 안 갖춘 라이더 많아…안전·속도 관련 법안 통과 시급"



[ 김동현 기자 ]
지난 25일 아침 서울 여의도 여름파출소 앞에 몸에 달라붙는 흰색 자전거 라이딩복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옷은 물론 헬멧과 장갑, 자전거까지 똑같다. 어깨에 경찰청 로고와 왼쪽 가슴에 경찰이라는 표식이 달려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4기동대의 한철우 경사와 박총명 전유신 순경이다. 이들은 7월부터 2개월간 자전거 순찰대에 소속돼 한강 자전거 도로를 오가며 순찰을 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경기 구리시 강동대교까지 25.8㎞ 거리를 매일 왕복한다. 기자는 이날 자전거를 타고 이들과 함께 순찰코스를 돌았다.

○부상·탈진 시민 구조

출발지인 여의도에서 자전거 순찰대를 만난 시간은 오전 10시. 체력 좋은 경찰관들의 자전거를 쫓아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동 속도는 시속 10~15㎞로 아주 빠르진 않았다. “빨리 이동求?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순찰대는 자전거를 타며 주위 시민들을 부지런히 살폈다. 한 경사는 “여름철에는 자전거 안전사고가 특히 많아 자전거를 주의 깊게 본다”며 “간단한 구급약품은 항상 지니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한남대교 인근에서 쓰러져 있는 자전거 운전자 두 명을 발견해 119구급대를 불렀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선 자전거를 피하기 위해 뒤따르던 자전거가 방향을 바꾸면서 마주오던 자전거와 충돌한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곳곳에서 아찔한 장면과 마주했다. 바로 옆 보행자로가 있는데도 자전거가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도로 위를 산책하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좁은 자전거길에서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는 자전거 운전자도 있었다. 헬멧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많았다. 자전거 순찰대는 그때마다 “위험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한 경사는 “자전거 관련 법규 대다수가 처벌 규정이 없어 순찰대 활동도 계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순찰대는 잠실과 광나루에 있는 여름파출소 등에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했다. 더운 여름 날씨에 충분한 수분보충을 하지 않고 운동하다 탈진하는 시민이 많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벤치에 기대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해 심폐 소생술을 했다.

강동대교까지 갔다 여의도 여름파출소로 돌아오니 시간은 오후 5시다. 점심 시간 1시간과 일부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5시간 넘게 자전거를 탄 것이다. 땀으로 옷이 흥건해졌지만 순찰대는 바로 순찰일지 작성을 시작했다. 한 경사는 “처슴?자전거 탄 경찰을 낯설게 보는 시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반갑게 인사하는 자전거족도 있다”며 “매일 타는 게 힘들었던 자전거가 차츰 익숙해져 살도 3㎏ 정도 빠졌다”고 웃었다.

○“자전거 안전 관련 법안 통과 시급”

자전거 순찰대는 2011년부터 매년 여름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 주로 의무경찰이나 서울청 소속 기동대가 투입된다. 한강 이북과 이남 두 개팀에 각 7명의 경찰관이 소속돼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3년 전 구입한 자전거는 여의도지구대 등에서 관리하고 있다. 김형렬 여의도지구대장은 “자전거 순찰대가 관할지역 내 치안 활동을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매일 자전거 순찰대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시민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전거 안전과 관련한 제대로 된 법규가 없어 순찰대 활동에 제약이 적지 않다.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을 목격해도 순찰대가 이를 제지할 권한이 없다. 2013년 헬멧 등 인명보호장구 착용, 자전거 음주 운전 단속, 자전거도로 안전 속도 규정 등을 담은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 지구대장은 “한강 일대의 자전거 운전자는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철에 더 많이 증가한다”며 “순찰대의 활동 기간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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