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대로 알맹이 빠진 '의료한류안' 발표
[ 황정수 기자 ] 보건복지부가 국내 의료시장 발전을 위해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외국인 환자가 급감하면서 발표 시점도 예정보다 앞당겼다.
그러나 복지부 방안엔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과 ‘원격의료를 통한 사후 서비스 제공’ 등 핵심 조항이 빠졌다. 야당이 의료 영리화를 위한 전단계라는 주장을 내세워 반대했던 조항들이다. 국내 의료산업의 중장기적인 세계화를 촉진할 수 있는 내용이 빠지면서 “알맹이 없이 서둘러 발표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환자 급감
복지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에 따라 외국인 환자가 국내에서 미용·성형 서비스를 받고 자진 신고하면 부가가치세 10%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기간은 내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다. 불법 브로커 신고포상금제 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건강검진 대표상품 개발, 건강검진 숙박 교통 등의 통합 바우처(전표) 도입, 외국인 환자 종합지원 창구 楮?등도 방안에 포함됐다.
복지부가 방안 발표를 서두른 것은 메르스 사태 여파로 외국인 환자가 급감해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9~2014년 외국인 환자 수는 연평균 34.7% 늘었지만 메르스 사태 발생 기간이 포함된 지난 5월20일~6월20일 환자 수(30대 대형병원 중 10곳 임의로 추출해 조사)는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초 대비로는 오히려 큰 폭 줄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의 대규모 진료 취소 사태 때문에 7~8월 실적은 더 안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료·관광 통합상품 출시 멀어져
이번 방안에는 그동안 보험사 및 여행사들이 줄곧 요구해온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등의 내용은 빠졌다.
이것이 허용되면 보험사들은 외국인 환자의 진료·숙박·관광 서비스 등을 한 보험상품에 넣은 통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외국인 환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 법안으로 꼽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에도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보험사 관련 내용이 빠진 이유에 대해 “보험사의 준비가 덜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당장 보험상품을 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영업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외국인 환자 유치 방안’과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야당 눈치보며 ‘절충안’ 선택
복지부 안팎에선 야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의 하반기 국회 통과를 위해선 야당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야당 의원들은 ‘보험사의 의료시장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줄곧 밝혀 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번 방안에서 야당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해외 환자 원격진료’라는 말을 빼고 ‘사전검진·사후관리 전산 모니터링’이란 문구를 넣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대책 위주로 방안이 마련된 것 같다”며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외국인 환자를 꾸준히 유치할 수 있는 보험사 연관 방안이 빠져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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