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 남성보다 처지는 게 현실
장기적으로 여성창업 지원해야
최경희 < 이화여대 총장 >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여성 창업자가 선정됐다. 홈즈는 혈액 한 방울로 서른 가지가 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한 테라노스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녀는 30세에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로 이름을 올리며 스타트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창업 6년 만에 2억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문지원 전 비키닷컴 공동대표나 한국 최초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를 창업한 박지영 대표 등도 한국 스타트업의 가능성과 함께 여성 기업가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이 곧 국가경쟁력”이란 세계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 인력 활용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학력 여성의 인력 활용이 매우 비효율적인 국가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20.7%가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했다. 재취업하더라도 단순노무, 판매직 중심으로 이뤄져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여건에서 여성 인력 활용 및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 활동 복귀를 위한 해법은 취업에서 창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러나 여성 창업에 대한 현실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2013년 발표된 스탠퍼드대 클레이만 젠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여성 기업가의 기술적 이해가 남성보다 부족하고, 기술인력 확보가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벤처투자자에게 해당 여성 기업가를 적극적으로 추천해주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벤처캐피털 펀딩의 4.2%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창업을 고민 중인 예비 여성 기업가들이 창업 준비 단계와 창업 초기에 남성들과 비교해 아직까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기술인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한다. 아울러 기술 기반 비즈니스모델 기획이나 사업화전략수립, 강력한 벤처투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자금조달 등의 핵심적인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느끼는 창업에 대한 부담감과 근본적인 문제를 단기적 정책만으로 해결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이는 꾸준한 교육과 교류에서부터 차곡차곡 이뤄져야 할 것이다.
스웨덴 경제 및 지역성장청은 2007~2014년 여성 기업가 정신 증진사업을 시행해 여성 창업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여성 창업자 비율이 30%를 웃도는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대학을 중심으로 여성 기업가 정신 교육을 확산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롤모델 효과를 제시하고 성공한 여성 기업가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교육과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점이 여성 창업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한국에서도 대학 기업가센터를 중심으로 기업가 정신 교육뿐 아니라 벤처 기업인과의 네트워크 확산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화여대도 기업가센터를 설립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배 창업자의 강연을 정규 교과목으로 확대 편성하고 네트워크 포럼을 구축했다. 또 기업가 정신을 갖춘 여성 기술인재 육성을 통한 기술 이해도 및 신사업 기획역량 강화 등을 통해 여성 창업 촉진과 여성 기업 산업구조 고도화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130여년 여성 리더 교육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화여대는 여성 기업가 정신 교육 및 여성 벤처생태계 네트워크 허브로서의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제2의 비키닷컴과 홈즈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여성 벤처생태계 구축의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경제활동에서의 약자인 여성의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지속적 지원과 스웨덴처럼 대학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라는 협력적 노력을 통해 이제 배출하게 될 여성 창업자들이 창조경제 실현의 중요한 부분을 책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경희 < 이화여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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