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위 등 3개 상임위, 신동빈 회장 증인 신청
야 "증언대 세우라" 지침…조양호 회장 2곳서 요구
FTA 수혜 따지겠다며 "대기업 회장 부르겠다"
[ 손성태 기자 ] 국회의원들이 내달 10일 시작되는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들을 증언대에 세우자는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영환경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국회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사태를 계기로 국감 증인 및 참고인도 전문경영인보다 대기업 총수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대기업 총수를 부르겠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한시가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 하루종일 기다리게 하거나, 호통을 치고 면박을 주는 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요 상임위원회에 기업 총수를 최대한 많이 증언대에 세우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상임위마다 “회장 나와라”
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상임위마다 앞다퉈 대기업 총수를 증인 및 참고인으로 부르려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 원인과 국내외 계열사 출자 현황 등을 묻기 위해 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3곳 상임위에서 ‘겹치기 증인출석’을 요구받고 있다.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면세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신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대기업의 영업 확장으로 인한 중소상공인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신 회장 외에도 신세계그룹 계열인 이마트 이갑수 대표 등을 증언대에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주연 피죤 대표,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등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학교 앞 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과 관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증인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재판’식 증인 신청도
기업업무와 연관이 없는 상임위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다.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농해수위 야당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도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10대 수혜 업종의 기업 총수들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FTA 체결로 자동차산업이 이익을 보는 반면 농민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FTA 수혜자인 자동차기업 총수인 정 회장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것이 신청 이유다. 정부의 주무부처가 아닌 대기업 총수를 불러 FTA 효과를 따지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감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실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국감의 본래 취지 아니냐”며 “정책의 대상일 뿐인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야당 의원들이 내달 21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 특별국감을 벌이기로 하면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부회장은 증인이나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감기관 사상 최대…부실 국감 예고
피감기관이 대폭 늘어나면서 부실 국감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기준 농해수위 등 6개 상임위가 피감기관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상임위가 채택한 피감기관 수는 800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피감기관 숫자인 714개를 훌쩍 넘었다. 여야는 다음달 1일 상임위별 간사 협의를 거쳐 2일까지 국감 증인 및 피감기관을 최종 채택할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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