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천연 보석으로
시계판 테두리에 컬러 표현
탄력있는 메탈 등 신소재 눈길
[ 임현우 기자 ]
“믿고 사는 시계죠. 화려하게 신기술을 홍보하거나 내부 부품을 속속들이 보여주지 않아도 롤렉스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니까요.”
명품시계업계의 한 전문가가 롤렉스를 평가한 말이다. 그의 표현처럼 롤렉스는 ‘럭셔리 워치의 대명사’쯤으로 통용되는 브랜드다. 균일한 품질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유지되는 중고 시세까지….
안정감과 묵직함을 풍기는 시계 브랜드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그만큼 대중이 롤렉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도 클래식한 시계다. 반짝이는 스틸 시곗줄의 방수 시계 ‘서브마리너’나 단아한 가죽 시곗줄의 클래식 워치 ‘첼리니’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롤렉스에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상과 화려한 외양의 시계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격자무늬의 다이얼(시계판) 장식, 파스텔톤의 감성적인 색상, 신소재를 활용한 시곗줄 등을 앞세운 신상품이 늘면서 ‘팔색조’ 같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테두리에 48개의 유색 사파이어를 두른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트저스트 펄마스터’는 롤렉스만의 보석 세팅 기술이 돋보이는 시계다. 블루와 푸시아핑크, 블루와 그린, 오렌지와 옐로 등의 색상이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며 오묘한 조합을 이룬다.
시계업계에서 천연 보석으로 그라데이션 효과를 완성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으로 꼽힌다. 롤렉스의 ‘보석학 연구소’에서 숙련된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보석의 광채를 가장 강렬하게 극대화하는 전통 기법이 활용됐다고 한다.
롤렉스 측은 “시계 케이스에 쓰이는 금을 주조하는 것부터 보석의 마감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이 깐깐한 자체 공정으로 이뤄진다”며 “보석 세팅 시계들이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생산 과정 전반의 엄격한 기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저명인사들의 시계로 유명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 데이트’에서는 시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다이얼을 격자무늬로 우아하게 장식한 제품들이 새로 나왔다.
이 제품이 명사의 시계로 불리는 이유는 요일과 날짜를 보여주는 캘린더 기능 때문.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1990년대 중반 의사결정자들이 각종 회의와 계약 체결 등 중요한 일정을 계획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이 기능을 만들었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여성을 위한 시계인 ‘오이스터 퍼페추얼 레이디 데이트저스트’ 역시 다이얼에 하늘빛, 연초록빛, 연보랏빛 등 다채로운 색상을 입혔다. 일부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컬러 효과는 섬세한 이중처리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올해 출시된 항해용 시계 ‘오이스터 퍼페추얼 요트마스터’ 신제품에는 롤렉스가 자체 개발한 오이스터플렉스라는 시곗줄이 장착됐다.
이 시곗줄은 언뜻 보면 말랑말랑한 고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고무가 아니다. 속에 얇은 메탈 블레이드를 넣고 겉은 탄성이 뛰어난 엘라스토머로 감싼 신소재다. 금속줄처럼 무겁지 않으면서 쉽게 색이 바래거나 모양이 뒤틀리지 않는 튼튼함이 강점이란 설명이다. 국내외 롤렉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롤렉스답지 않은 혁신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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