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포털의 중심이 검색에서 콘텐츠 유통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는 복잡한 검색보다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다.
콘텐츠 파워가 핵심 무기로 떠오르면서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포털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방송, 웹드라마 등이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하자 제작사와 유통 채널의 짝짓기가 활발해진 것이다. 콘텐츠 제공을 위해 양사가 손을 잡는 것에서 나아가 엔터사가 주도권을 갖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엔터사 IHQ는 국내 3위 포털사인 SK컴즈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SK컴즈의 지분 51%(2214만8040주)를 1705억원에 현금 취득키로 하면서다.
그간 콘텐츠 확보를 위해 엔터사와 포털사가 제휴한 적은 많았다. 그러나 엔터사가 포털사의 주인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HQ는 김우빈, 장혁 등 유명 연예인과 드라마 작가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다. 소속 아티스트를 통해 드라마, 음반 등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미디어 사업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드라맥스, 코미디TV, 큐브TV 등 6개 케이블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채널을 확보한 IHQ가 SK컴즈까지 인수한 것은 콘텐츠 유통 창구를 넓히기 위해서다. 전통 매체인 방송 채널에서 나아가 포털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확보한 SK컴즈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체 콘텐츠를 유통시키기 위해 IHQ는 이번 주부터 SK컴즈와 실무 협의에 돌입했다.
장상백 IHQ 경영전략본부 상무는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를 포털 네이트에 싣는 한편 소속 연예인들로 1인방송을 제작할 수 있다"며 "IHQ의 콘텐츠 제작력과 SK컴즈의 기술이 합쳐지면 네이버 V앱 같은 서비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SK컴즈의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메라를 통한 커머스 사업도 IHQ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다. 아울러 IHQ 제작 콘텐츠에 간접광고(PPL) 방식으로 SK컴즈 서비스를 노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상무는 "싸이메라가 인기를 끌고 있는 남미의 경우 한류 열풍이 거센 곳이기도 하다"며 "앱에 연예인 스티커 등을 붙여 커머스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포털 3위 사업자로 업계를 주름잡았던 SK컴즈가 IHQ 품에 안기면서 콘텐츠를 가진 엔터사로 주도권이 넘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털이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장악했던 것에서 콘텐츠 유통 채널 중 하나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SK컴즈는 2002년 출범 당시 자체적인 검색 엔진을 갖고 있었으나 2006년 엠파스와 합병하면서 엠파스 검색 엔진을 사용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사업 개편에서 검색 부분을 다음(현 다음카카오) 쪽에 이관해 다음 검색 엔진을 쓰고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과거 포털의 핵심은 검색 알고리즘이나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이었으나 지금은 동영상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채널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콘텐츠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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