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투자 규제 철폐로 6.3% 고성장…'중국 쇼크'도 비껴갔다

입력 2015-08-31 17:47  

투자제한 업종, 51개서 6개로…국영기업 연내 289곳 매각
1일부터 외국인 투자한도 폐지…증시에 해외 자금 유입 기대
임대·상속용 주택매입 허용…부동산 시장도 개방 확대



[ 김은정 기자 ]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원자재값 급락 등으로 아시아 신흥국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베트남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 증시 폭락과 소비 위축에 시달리는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달리 베트남은 올 상반기 7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6.3%)을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가 상승한 곳도 아시아 신흥국(MSCI 신흥국 기준)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면 베트남이 유일하다. 부동산과 창업시장에서 각종 규제를 철폐한 데다 상장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한도 폐지 등 적극적인 해외자본 유치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베트남 투자 매력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신흥국 중 유일하게 해외 투자금 순유입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신흥국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8월28일까지 베트남 증시에는 1500만달러(약 178억원)어치의 해외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같은 기간 한국(-49억달러) 대만(-30억달러) 태국(-19억달러) 인도(-12억달러) 등 대부분 신흥국에서 해외 투자금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베트남은 원자재 가격 급락, 중국 증시 폭락,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신흥국이 직면한 각종 악재를 가장 잘 견뎌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정부는 7월부터 부동산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외국인에게 주거 목적으로만 허용했던 주택 매입을 임대, 상속, 담보 목적으로도 허용했다. 비자가 있는 외국인은 물론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 투자펀드 등도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에 해외 투자금을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 민간자본 투자가 금지된 업종 수도 기존 51개에서 6개로 줄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90년대 민간기업 활동이 허용된 이후 가장 폭넓은 규제 완화”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 투자자를 더 유치하기 위해 국영기업 매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연내 289개 국영기업의 지분을 팔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5~10일에서 3일로 줄이기도 했다.

글로벌 IT기업, 베트남 생산 확대

해외 투자자들은 9월부터 시작되는 베트남 증시 규제 완화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일부터 은행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기존 49%였던 외국인 투자지분 한도가 완전히 없어진다. 베트남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외국인 투자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2005년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를 40%에서 49%로 완화했다. 당시 베트남 증시는 6개월 만에 90% 이상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규제 완화가 과거보다 큰 폭이기 때문에 가파른 증시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기대감 등이 반영돼 베트남 증시는 올 들어 4.6% 올랐다. 반면 인도네시아(-20.3%) 싱가포르(-15.5%) 태국(-13.1%) 말레이시아(-13.0%)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김일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 둔화에 베트남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싸고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베트남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베트남 공장에서 전체 휴대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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