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 문턱이다. 9월 1일 게임 '파이널판타지14'도 상용화에 돌입한다. 1일 이후부터는 30일(19800원)과 90일(47500원) 꼬박꼬박 정액제를 내거나 웹젠 PC방에서 접속한 유저만 게임을 할 수 있다.
모바일 시대는 모니터 앞에서 즐기는 온라인게임보다 손 안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온라인게임 개발자나 종사자들은 가시밭길을 걷는 심정이다. 공짜 게임에 길들여진 '유저분(?)' 탓에 매달 정해진 요금은 상당한 위험한, '앞이 뻔히 보이는' 모험이다.
배성곤 아이덴티티 모바일 부사장은 "지난 8월 14일 시작된 사전 오픈 이후 하루 평균 25만 명의 유저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 1인당 하루 평균 플레이 타임 313분을 기록했다"고 우선 지표를 내세웠지만 초조감과 달관의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파이널판타지' 탄생이 28년째다. 그동안 꾸준히 팬덤(열성팬)을 형성해왔다. 온라인게임을 하는 유저 중 50%은 '파판'을 좋아하는 유저다. 이 때문에 PC방에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그를 마포 공덕동 아이덴티티모바일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월드오브워크래프트'보다 더 싼 요금 주목하라"
'파이널 판타지14'(공식 홈페이지 www.FF14.co.kr )는 일본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한 MMORPG다. 유례없이 마츠다 요스케 스퀘어에닉스 대표까지 지난 7월 12일 한국 기자 간담회까지 찾아올 정도로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상용화라는 코앞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가격 정책이다. 유저들의 대부분이 예상했던 '부분유료화' 대신 발표한 것은 월정액제였다. 그는 "초반에 계속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PC방이든 월정액이든 그들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와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수준으로 정액제가 책정됐다"고 말했다.
가격 정책은 이처럼 확고했다. 더욱이 2년 글로벌 서비스를 해온 덕분에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그런 노하우와 자신감으로 한국 유저 만족도를 높이기를 위한 레이드 등도 선보인다.
■ "취재 기자들이 파판 위해 PC바꿨다는 말에 기뻐"
'파이널판타지14'는 정식 OBT에 들어간 이후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버 지연 현상 및 안정성 문제 없어 호평을 받았다.
그는 겸손했다. "낙제를 하면 된다. 100만 회원이 100만 가지 개성과 취향, 만족도가 다 다르다. 자체 점수를 줄 수 없다. 고객을 위한 노력을 평가받는다.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서비스 이후 그가 들을 중 가장 기분이 좋은 말은 뭘까. 다름 아닌 "게임을 위해 그래픽, PC, 와이드 모니터를 바꿨다"는 소식이다. 그는 "실제 '파이널판타지'를 좋아하는 기자 중에서는 울트라LG-엔디비아 제휴한 PC로 바꾼 경우도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관록이 있는 온라인게임 명가답게 아이덴티티모바일은 운영에서 한차원 높은 서비스를 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9월 20까지 진행 중인 '불꽃축제를 즐겨요'가 대표적이다. 미션은 게임 내 돌발 임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특별 몬스터 '봄바드'를 처치 시 '식은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자랑거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는 "낚시만으로 50레벨 만렙에 오른 유저가 있었다. 그리고 레이드-사냥만 만렙에 오르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웃었다.
물론 모 콘솔 전문 매체에서는 "재미없다" "재미없다" 등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미는 취향이다. 하지만 '닥치고 사냥'은 장기 플레이로 설계된 '파이널판타지14'과 궁합이 안맞을 수도 있다. 그는 "이사 간 사람이 동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귀찮을 것뿐이다. 적어도 장기 플레이를 하려면 스토리와 맵도 보고 NPC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작 콘솔게임에 비교해 인터페이스가 다르지만 "노력했다" "절충되었다" 등의 평가는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갖게 한다.
■ "한국에서 일본 게임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깨겠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6월 25일 아이덴티티모바일로 이름을 바꿨다. '드래곤네스트'와 '던전스트라이커'로 글로벌 론칭을 통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를 선택했다.
배성곤 부사장은 "달라진 것은 없다. 20년째 사명을 써오니 정체되는 느낌이 들어 야심적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발전과 도전을 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기자간담회서 의미있는 말을 했다. 한국에서는 유독 일본 MMORPG의 성공 사례가 드물어, '한국은 일본 온라인게임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동안 일본산 온라인게임이 대형 IP를 바탕으로 한국에 출시됐으나 성적은 좋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본 게임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면, 누군가는 그 징크스를 깨야 한다. 이번에 꼭 그런 굴레를 끊을 수 있게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다"
12월에는 메인 시나리오 2.4버전과 야만신 '시바', 신규 잡 '닌자', '대미궁 바하무트 진성편' 등이 속속 추가하면서 명작 콘텐츠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것.
■ '파판14' 상용화 잘 갈무리하고 10월 '산티아고 순례길'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월에는 떠나보려 한다. 항공 예약은 완료~!"라는 포스트를 해 주목을 받았다. 그 말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친분이 있는 지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간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다. 물론 전체 코스가 아니라 일부의 길을 걸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파판14'를 성공적인 소프트랜딩을 마치고 편하게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뜻이었다.
기자가 배 부사장을 만 ?것은 만 10여년이 넘는다. 나름대로 알만큼 안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인터뷰를 핑계로 아이덴티티모바일 15년 소회를 물어보았다. 기자는 독자를 위해 질문을 하는 직업이다.
그는 "스스로 뒤돌아보는 스타일이고 옛날이야기를 잘 안다"며 "대림산업에 다니다 상장을 하려고 입사했다. 이후 게임 런칭을 해봤고, 홀로 퇴사해 창업해 게임을 만들었고 세게 말아먹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며 담담히 회고했다.
특히 창업하고 잘 안풀렸을 때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았을 때 안타까웠다. 대림산업 신입사원 시절 큰 실수를 했지만 해결해주었던 상사의 모습을 평생 마음에 새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스퀘어에닉스의 '노무라 테츠야' 디렉터가 그에게 직접 선물한 그림. |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결국은 혼자 걸어야한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려진 그의 포스트처럼, 10월에는 홀가분하게 순례길을 걸으며 "하얀 여름을 불태웠던" 열정을 행복하게 되새기겠다는 설명하는 듯했다.
■ 배성곤 부사장은?
학력
광운대학교 정보콘텐츠대학원 게임학 석사 과정 4학기 재학 (현재/2015)
주요경력
㈜아이덴티티모바일(03/2015 – 현재/2015) 총괄임원 / 부사장
㈜액토즈소프트 KOSDAQ (01/2012 – 02/2015) 총괄임원 / 부사장
㈜케이비온라인 (01/2007 – 현재/2015) 대표이사 / 창업자
㈜액토즈소프트 (03/2000 – 06/2006) 국내사업본부이사 / CMO
대림그룹계열㈜대림자동차공업 (01/1995 – 02/2000) 마케팅부판매기획팀대리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자문위원장 (현재/2015)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특성화사업 자문위원 (현재/2015)
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 위원 (2014)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혁신 평가위원 & 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 평가위원
(01/2008 – 현재/2014)
SBS방송아카데미문화콘텐츠 마케팅 과정 담임교수 (07/2003 – 12/2003)</p>
박명기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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