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프로젝트' 50개 선정
[ 박근태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1일 서울 양재역 인근 엘타워에서 지난 6~7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X프로젝트’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공모전에 참여해 우수 아이디어를 낸 시민 100여명도 참석했다.
이 공모전은 과학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주제를 과학기술의 수요자인 국민에게 물어 사회 문제 해결에 획기적 실마리를 찾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약 50일간 진행된 공모에는 6212개 질문이 쏟아졌고, 전문가 검토와 국민 토론회를 거쳐 최종 50개가 선정됐다. 선정된 질문 가운데는 ‘자지 않고 뇌를 쉬게 할 방법은 없을까’ 등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도 있지만 ‘선박이 뒤집혀도 침몰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같은 한국 사회의 아픈 현실을 반영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이 낸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과학 연구로 이어지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디어는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정작 정부가 이를 잘 살려낼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학장을 포함해 명망 있는 학자와 기업인이 참여한 추진위 廢린?발표한 선정 주제를 살펴보면 이미 국내외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거나 과학 연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다수 포함됐다. 장애인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종이처럼 얇고 변형되는 컴퓨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과제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살률을 줄일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사교육 없이 공교육이 이뤄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는 사회 정책 문제에 가깝다. 참신한 아이디어지만 과학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테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제로존 이론’을 신봉하는 인사들이 추진위원회에 포진해 있는 점도 옥에 티다. 2007년 한 치과의사가 발표한 이 물리학 이론은 한 언론을 타고 노벨상 0순위로 포장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한국물리학회의 검증 결과 ‘사이비 과학’으로 판정났다.
이번에 발표된 50가지 아이디어가 단순한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사회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되려면 엄밀하고 근거가 분명한 과학의 옷을 입혀줘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그럴 듯한 아이디어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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