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시대의 반작용인가. TV채널마다 ‘다둥이’ 스토리가 넘쳐난다. 배우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이미 전국구 스타다. 축구선수 이동국은 10만분의 1 확률이라는 겹쌍둥이 딸 등 다섯 자녀를 뒀다. 이휘재, 이영애, 박은혜, 황혜영 등 연예인들의 쌍둥이 자녀도 나올 때마다 눈길을 끈다.
해외에서도 다둥이 풍년이다. 이미 하나를 낳고 셋을 입양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쌍둥이 남매를 또 낳았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얻었다. 모나코에선 사상 처음 쌍둥이 왕자와 공주가 지난해 태어났다. 이 밖에 미국에선 최근 100만분의 1 확률인 흑백 쌍둥이, 딸만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도미니카에선 아들 딸 셋씩 여섯 쌍둥이가 나왔고, 영국에는 4대째 쌍둥이 집안도 있다.
신조어 다둥이는 둘 이상의 다태아(多胎兒)를 가리킨다. 아울러 한 집에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에도 다둥이라고 부른다. 합계출산율이 1.2명에 불과한 요즘 자녀가 바글대는 가정은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하다. 평택 주한미군 회계사 부부와 11명의 아이들, 배우 남보라 가족의 13남매가 그런 경우다.
과거 다둥이가 흔치 않던 시절 쌍둥이는 구경거리, 네 쌍 藍?이상은 뉴스거리였다. 1977년 강원 정선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 매, 란, 국, 죽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다둥이 증가세는 통계로도 뚜렷이 확인된다. 지난해 신생아 43만5193명 중 다태아가 1만5180명(3.49%)이었다. 100명 중 3~4명은 다태아란 얘기다. 10년 전 9880명(2.11%)에 비해 53.6%나 급증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결혼이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난임(難妊) 여성이 늘어난 것과 연관이 깊다. 난임치료법으로 시술하는 과배란(한 번에 난자 여러 개 배란) 유도, 2개 이상 배아 이식 등이 다태아 임신확률을 높인다. 자연임신의 다태아 임신확률이 2% 미만인 데 비해 인공수정, 시험관시술은 30~40%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다. 지난해 다태아 산모의 평균 연령은 33.2세로 일반 산모(32세)보다 1.2세 높았다. 점점 늦어지는 추세다. 급기야 보건복지부가 인위적인 쌍둥이 임신을 규제하고 나섰다. 체외수정시 이식 배아수를 최대 5개에서 3개(35세 미만은 2개)로 줄이도록 한 것이다. 어기면 난임부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위험 임신이나 미숙아 출산을 막기 위해서란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인위적인 쌍둥이 임신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출산문제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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