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9월 비수기에 접어든 극장가에서 할리우드와 중국의 액션영화들이 관객잡기에 나선다. 할리우드 영화 ‘앤트맨’(감독 페이튼 리드)과 ‘히트맨:에이전트 47’(감독 알렉산더 바흐)은 3일, 중국 영화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황비홍’(감독 저우셴양)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두 편의 미국 영화는 킬링타임용으로 무난하다는 평가지만 ‘~황비홍’은 예전보다 약화된 중국 액션영화의 위상을 확인시켜 준다.
마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앤트맨’은 초소형 슈퍼영웅 이야기다. 개미의 시점에서 세상을 보면서 덩치가 커야만 힘이 있다는 통념을 깬다. 좀도둑 스콧 랭(폴 러드 분)은 출소 후 돈 많은 늙은이의 집을 털기 위해 침입하지만 금고 안에는 돈 대신 수상한 슈트만 있다. 생물체의 몸집을 마음대로 줄였다가 늘릴 수 있는 첨단기술을 접목한 슈트다.
집주인인 과학자 행크 핌(마이클 더글러스 분)은 스콧에게 자신의 딸(에반젤린 릴리 분)과 함께 이 슈트를 입고 앤트맨이 될 것을 제안한다. 앤트맨의 임무는 이 기술을 악용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행크의 옛 조수를 막는 것이다. 개미 영웅의 관점으로 표현한 세상은 아주 웅장하다. 그러나 특수효과에 치중한 나머지 어린이용에 그친 느낌이다.
게임이 원작인 영화 ‘히트맨:에이전트 47’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지능과 체력을 강화하고 감정을 없앤 인간 병기들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전트 47 요원(루퍼트 프렌드 분)과 그가 보호하는 여인 카티아(한나 웨어 분)는 거대 조직의 추격을 받는다. 거대 조직은 두 사람을 탄생시킨 유전공학자를 잡아 인간 병기 군단을 만들려고 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에이전트의 액션이 볼거리다. 아이돌 그룹의 ‘칼 군무’처럼 절도 있는 액션이 펼쳐진다. 타깃을 무조건 쫓지 않고 동선을 정확히 계산해 총알을 명중하고, 수갑을 찬 채 무장 군인들을 뚫고 밀폐된 취조실을 탈출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뒷심도 부족하다. 주요 인물 간 화학작용도 약해 관객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지 못한다.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황비홍’은 1990년대 홍콩 영화의 아이콘 ‘황비홍’ 시리즈를 리부트(시리즈물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영화)했다. 황비홍 시리즈는 청나라 말기 백성을 구한 무술인이자 의사 영웅에 관한 이야기다. 훤칠한 외모의 대만 스타 펑위옌(彭于晏)을 캐스팅해 청년 황비홍이 민중을 위한 대의에 눈뜨는 모습을 그려 나간다.
황비홍은 아편으로 항구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폭 흑호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부로 잠입한다. 황비홍의 의형제 적화(징바이란 분)는 춘옥(왕뤄단 분), 기녀 소화(앤젤라 베이비 분) 등과 함께 흑호방의 은괴 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중국 배우들의 뛰어난 맨몸 액션을 볼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리롄제(李連杰)의 ズ館?액션을 스크린에 담아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한두 합의 액션 연기를 펼친 뒤에는 슬로모션으로 편집해 보여주기 때문.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게 현대 영화의 흐름이라면 이 영화의 액션은 분명 후퇴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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