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뺀 방산업계

입력 2015-09-03 15:50   수정 2015-09-04 09:45


(최승욱 선임기자)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방산업계의 ‘앓던 이’를 뽑아준다고 합니다. 기품원은 무기가 제대로 제작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이헌곤 기품원장은 3일 한국방위산업학회(회장 채우석)와 미래국방포럼(의장 임충빈) 주최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 “군수품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방산업체의 불만을 해소하기위해 ‘기술변경’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방산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원장은 “방위사업청과 기품원으로 이원화된 기술변경 창구를 기품원으로 단일화하고 2급 기술변경 범위를 확대하기로 방사청과 정책심의를 마쳤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무기가 실전배치되려면 탐색개발과 체계개발을 거쳐 양산이 이뤄져야합니다. 개발 착수이후 군의 시험평가를 통과하는데 10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기술변경이란 양산단계에서 그간의 기술 발전 성과를 적용하고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기위해 당초 적용했던 국방규격을 개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설계변경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통상 건설업계에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단가를 부풀리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군 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우려, 기술을 변경求囑捉?단가를 높이거나 개발기간을 단축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원래 기술변경 업무는 기품원 소관이었습니다. 이 권한은 2006년 개청한 방사청에 대부분 이관되었습니다. 방사청은 국방규격의 오탈자를 고치는 수준인 2급 기술변경 사안만 기품원에 일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국방규격을 고치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현장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방사청 실무자들이 기술변경 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적인 판단이 요구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방 규격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는데도 개선이 늦어지면서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방사청과 기품원은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바꾸거나 비용 및 납기와 관련된 계약 변경 사항만 1급 기술변경 사안으로 묶기로 했습니다. 다른 변경 사안은 2급으로 분류, 기품원에서 자체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업체 등에서 특정 국방규격에 문제가 있다고 제안하면 기품원은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긴급한 사안은 제안일로부터 15일 이내, 일반 사안은 30일 이내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앞으로 타당성이 인정되면 기술검토를 거쳐 1급 사안은 방사청에서, 2급 사안은 기품원에서 기술변경을 승인하는 체제로 개선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규정을 포함한 방위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12월중 방위사업관리규정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원장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품원은 국방품질경영 선진화와 내실화를 위해 방사청과 함께 국방규격 개선과 품질정책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기품원 대전센터는 최근 군용차량의 충격흡수 댐퍼에 들어가는 작동유(오일) 규격을 개선했습니다. 1970년대 만들어진 미군 규격을 수십년째 유지해오면서 최신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오일을 해외에서 수입해야했던 문제점을 해결한 것입니다. 기품원은 비중과 점도, 인화점, 유동점 등의 기준을 최신 고급 작동유 스펙에 맞춰 변경했습니다. 이 덕분에 만도는 성능이 더 좋은 국산 작동유를 쉽게 구할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품원의 현장친화적인 행보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한단계 도약하길 기대합니다. (끝)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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