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증권사 핵심 경쟁력은 사람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없애고 파격적 성과보상 시스템 도입
인재 중심의 조직문화 만들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
유상증자로 늘어난 자금, 초대형 거점 점포 육성에 투입
[ 오동혁/김익환 기자 ]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사진)은 증권업계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2010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중소형 증권사임에도 우수 직원에게는 업계 최고 연봉을 주는 파격적인 성과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다른 증권사들이 증시 침체로 앞다퉈 구조조정을 하고 영업점을 폐쇄하는 ‘축소 경영’을 할 때도 최 사장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트레이딩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올해는 4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도 했다.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부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초대형 거점 점포도 육성해 사업 규모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키우겠다는 포부다.
최 사장이 던진 ‘승부수’는 성과가 좋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3년 연속 업계 1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최 사장 취임 당시 3300억원대에 머물렀던 이 증권사의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대로 급증했다. 오는 7일 유상증자 물량이 추가로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약 2조4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업계 5위권까지 성장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최 사장을 서울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본사에서 만났다.
▷대표이사 취임 6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떤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지요.
“증권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국내 증권업계에는 개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군대와 같은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취임한 뒤 이런 문화를 타파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임직원이 마치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파트너처럼 책임감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해야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수년간 꾸준히 인사와 성과보상 제도를 정비해 이제는 ‘인재 중심’의 사내문화가 형성됐다고 자부합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개인고객(리테일)과 기업금융, 트레이딩(주식 및 채권, 파생상품 등의 매매)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임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준 덕입니다. 리스크 관리도 철저하게 해 투자 손실을 최소화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실채권(NPL) 등 차별화된 수익 기반을 마련한 덕 極?순이익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올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주요 경쟁사 대비 2~3배 높았습니다.”
▷이런 실적 급성장을 뒷받침한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대로 임직원 스스로가 ‘주체’가 돼 일을 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라고 봅니다. 임직원이 주주나 파트너라는 맘을 갖고 일하니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경영진의 역할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할 필요가 없어져서죠. 경영진은 직원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높은 성과를 내는 비결은 여기에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제도는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직장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큼 보상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했습니다. 추가 M&A 계획이 있습니까.
“국내 증권업계는 추가적인 M&A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작은 시장에서 비슷한 성격의 증권사 20여곳이 전국 영업망을 구축해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증권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업종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엠투자증권에 이어 추가적인 M&A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적절하고 M&A 이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야만 인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KDB대우증권이나 우리은행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는 데 관심이 있나요.
“우리은행 소수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M&A만 고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우증권은 매력적 ?회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이 인수하기엔 다소 큰 조직이라는 생각입니다. 인수자금이 조 단위를 웃돌기 때문입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 버거운 점이 있습니다.”
▷최근 41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습니다. 증자자금은 어디에 활용할 계획입니까.
“메리츠종금증권에 강점이 있는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부문을 비롯해 초대형 거점 점포 육성 전략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자본 여력을 충분히 확충했기 때문에 더 큰 딜을 많이 다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투자은행(IB)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인력 확충과 조직 개편도 진행합니까.
“공개채용 방식으로 대규모 인력을 뽑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M&A를 통해 인력을 흡수하는 방법을 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투자증권을 합병한 이후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인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조직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잘 융화할 수 있도록 사내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 작업은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오래 근무했습니다. 글로벌 IB 가운데 ‘롤 모델’이 있다면.
“특별히 없습니다. 국내 증권사 입장에선 자산 규모가 수십배 큰 글로벌 IB와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로벌 IB에서 배울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과 사업별 전문성 등이 대표적인 예죠.”
▷향후 실적 전망과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요.
“매년 연 10~15%의 ROE를 거두는 것을 실적 목표로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만큼 앞으로 ROE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자본금을 통해 사업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입니다. 다양한 수익모델을 찾아 실적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되면 ROE를 1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증권사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오동혁/김익환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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