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 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는 ‘도시는 국가 브랜드의 핵심이자 실체’라고 했다. 기업이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듯이 도시도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를 비롯한 소프트파워를 잘 육성하면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랜드란 기업이나 도시, 국가가 차별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만든 마케팅 활동이나 이와 관련된 이미지를 말한다. 글로벌 명품도시로 꼽히는 뉴욕 런던 베를린 도쿄 등은 공간으로서의 장소와 콘텐츠로서의 유적지, 랜드마크를 마케팅 차원에서 재조명해 왔다. 이를 통해 도시를 관광지, 투자지, 거주지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결이 뭘까. 이들 도시의 성공은 참여·진화·공존의 새로운 도시 재생 패러다임을 도입, 실천했다는 데 있다. 참여형 도시 브랜드관리 도입에 선구적이었다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이다. 대체로 후진형 도시는 대중형의 하향식 브랜드 관리 방식을 추구하는 데 비해 이들 명품도시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도시’를 지향하는 소비자 참여형 정책방향으로 선도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진화형 도시 재생 패러다임을 브랜드 과제로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의미가 없다. 도시 재생은 혁명적 패러다임보다는 자연스런 사회적 요구가 분출하는 자발적 진화가 우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도시 브랜드가 이룩한 성과는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품도시의 특징은 도시를 표방하는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해 왔다는 점이다. 기업의 발전은 축적된 브랜드 자산에 있지만 국가나 도시는 정권, 정당, 계파, 이데올로기에 따라 단절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체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현상이다. 도시 정책의 변화와 계승은 정책 입안자와 시민사회가 포용과 수용의 패러다임을 갖고 얼마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때 하이 서울을 내세웠던 서울시가 새로운 브랜드로 단장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선진 국가 브랜드를 이끌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서울을 가꾸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정한 공공시대의 브랜드 관리로 이어지기 바란다.
김유경 < 한국외국어대 대외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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