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오병희 서울대병원장 "의료한류 찬사 빗발쳐도 외국인 환자 수용 한계…국제병원 허용 시급"

입력 2015-09-06 19:22  

UAE 왕립병원 위탁운영 1년…오병희 서울대병원장

"한국 의료 기술수준 미국과 거의 대등
하버드대학 교수도 모친 한국 보내 위암 수술

정치권 논란으로 진척 없는 투자개방형 병원
현행 건강보험 체계서도 가능한 국제병원이 대안"



[ 이지현/김형호 기자 ] 경쟁 상대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스탠퍼드대병원과 독일 훔볼트대 샤리테병원이었다. 세계적인 병원과의 경쟁에서 이겨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UAE 왕립병원) 운영권을 따내는 것이 2013년 가을, 취임 석 달을 넘긴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에게 떨어진 미션이었다.

스탠퍼드대병원은 UAE 왕립병원이 세워질 라스알카이마의 통치자 딸이 스탠퍼드대에 다닌다는 인연까지 이용해 로비를 펼쳤다. 장고 끝에 오 원장은 ‘인력의 질’로 승부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전체 병원 인력의 20%를 한국에서 파견하겠다고 약속한 것. 인건비가 비싼 해외 병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공약이었다. 2014년 실사단이 한국을 찾은 뒤 분위기는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한국 의료의 수준 높은 질을 체험한 중동 사람들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1년 뒤 UAE 왕립병원은 ‘솜씨’ 좋은 한국 의료진 덕분에 현지인들로부터 “알티브 알 쿠리 후와 알 아프달(한국 의료 최고)”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970년대 오일달러를 벌기 위해 건설노동자들이 몰려갔던 중동에서 ‘의료 한류’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UAE 왕립병원 위탁운영은 그 첫 단추인 셈이다. 오 원장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집무실에서 만나 UAE 왕립병원이 조기에 정착한 비결과 한국 의료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물었다.

▷UAE 왕립병원 위탁 운영을 맡은 지 1년이 됐습니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추가로 병원 운영을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아부다비의 한 방송에서는 UAE 왕립병원의 활약을 기획프로그램으로 방송했습니다. 따로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죠. 다른 병원에서 못 고치는 환자를 고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병원이 있는 라스알카이마보다 의료 수준이 높은 두바이, 아부다비 등에서 30㎞를 이동해 환자가 찾아옵니다.”

▷인력 20%를 투입하겠다는 공약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이 있습니다.

“아부다비에 무바달라펀드에서 40억달러를 투자해 건립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아부다비병원이 있습니다. 병원을 계약한 지 7~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식으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UAE 왕립병원은 전체 직원 700명 중 200명이 한국에서 파견을 갔습니다. 서울대 의대 학장을 지낸 임정기 교수와 어린이병원장을 지낸 황용승 교수처럼 최고 실력의 의료진도 정년퇴임을 앞두고 파견 나갔습니다. 나머지 500명을 선발하는 데도 공을 들였습니다. 영어가 가능한 간호 인력을 찾기 위해 필리핀에 가서 직접 면접을 봤고 교수들이 의사를 뽑기 위해 아일랜드까지 다녀왔습니다. 여기에다 병원을 운영한 지 6개월이 채 안 돼 고난도의 심혈관 수술에 성공하면서 현지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첫 해외 위탁병원이라 운영상 어려움도 적지 않을 텐데요.

“지금까지 UAE를 일곱 번 정도 다녀왔습니다. 처음 병원을 지을 때 가서 실사를 했는데 방사선치료장비실 천장이 뻥 뚫려 있었습니다. 방사선이 다 새어버리도록 설계가 된 것이죠. 외래를 개원한 첫날에는 비가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비가 거의 안 와서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 나라인데 비가 온 것이죠. 이 때문에 지하 1층에 물이 차서 전 직원이 발 벗고 바지 걷고 물을 퍼내기도 했습니다. 늘 물 부족에 시달리는 UAE 사람들은 이것을 보더니 오히려 길조라고 하더군요.”

▷한국 의료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받나요.

“미국 의료 기술과 비교할 때 평균 96~97% 정도는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의료수가(진료비) 등이 충분하지 않고 단시간에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한국 의사의 의료 기술 수준은 뛰어납니다. 특히 위암 등 일부 분야는 우리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대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위암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를 우리 병원 양한광 교수에게 보냈을 정도입니다. 간암, 이식수술 등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의료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입니까.

“지난해 서울대병원을 찾은 해외 환자가 2만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해외 환자가 한국에 오면 국내 환자와 뒤섞여 지내야 합니다. 국내 환자도 병실이 부족한데 해외 환자까지 오면서 공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병원이 필요합니다. 해외 환자 전문진료가 가능해지고 의료기술이 낙후한 국가의 의료진을 교육하는 공간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고용창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투자개방형 병원은 운영 조건에 외국 브랜드와 외국계 자본비중이 절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영리병원’ 논란을 낳으며 진척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영리냐, 비영리냐’의 틀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만큼 국제병원으로 눈을 돌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외국인 환자 중심의 국제병원은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에서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대상 의료수가가 국내 의료보험 진료비보다 높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면 됩니다. 국제병원 위치는 공항이 가까운 인천 송도 등이 가장 좋습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산학합동 연구를 위해 의학연구혁신센터(CMI)를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전기연구원과 내시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카메라, 모니터를 가장 잘 만듭니다. 복강경 이미지는 올림푸스보다 훨씬 깨끗하게 잘 나옵니다. 못할 것이 없죠. 병원이 모든 것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의 영문 명칭(SNUH)을 딴 ‘SNUH벤처’도 설립했습니다. 최근에는 퀸타메트릭스라는 벤처회사를 입주시키려고 하는데 이 회사는 3일 걸리던 항생제 테스트 기간을 6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오와 메디컬 분야 신사업을 통해 병원의 재정건전성을 개선할 생각입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헬스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원격의료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헬스를 키우면 혈압 당뇨 등의 수치를 확인해 만성질환을 줄일 수 있고 모바일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앱), 의료기기 등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이 아니라 동네의원이 중심이 돼도 좋습니다. 제가 심장내과 의사이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3개월에 한 번 환자를 봐 혈압을 재고 그 데이터로 약을 줍니다. 이 사람이 1주일에 한 번씩 데이터를 보내면 3개월간 12번의 자료를 가지고 약을 조정할 수 있는데 얼마나 편리합니까. 미국은 이것을 의료진과 연결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로 ‘커넥티드 의료’로 부르고 있습니다. 환자가 매일 자료를 보낸다면 90번의 데이터를 가지고 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더 정확할 것입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서울대병원도 홍역을 치렀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메르스뿐 아니라 해외에서 돌고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 꽤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여러 해결방안이 언급됐지만 신종플루 때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내용입니다.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관리본부(CDC)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인력을 갖춰야 합니다. 거점병원이 마련돼 있어 환자가 생겼을 때 바로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환자를 여기저기 분산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응급실 체계도 개편해야 합니다. 중국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은 뒤 베이징에 응급실 문이 따로 돼 있는 국제병원을 세웠습니다. 일반 응급실 환자가 들어가는 곳과 열이 있는 환자가 들어가는 곳이 분리돼 있습니다. 서울대병원도 이렇게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병희 병원장은 …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의 집안은 3대가 나란히 심장을 전공했다. 2007년 작고한 오상진 경북대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가 부친이며 아들인 규철씨 역시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순환기내과 전공의를 했다. 며느리인 차명진 씨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다. 오 병원장은 심장분야 명의로 통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심장내과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오 병원장은 고혈압과 심부전 질환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해외 논문 300여편을 포함해 발표한 논문만 400편이 넘는다. 각종 다국가 임상연구에도 ‘국가대표 연구자’로 활발히 참여했다. 2005년에는 국내 의료진 중 처음으로 다국적제약사 고혈압약의 다국가 3상 임상시험 총괄연구책임자로 선임됐다. 이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임상시험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후배 의사들은 “첫인상은 무뚝뚝한 표정의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지만 웃을 때 표정은 아이 같은 선배”라고 평한다. 병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진료부원장 등을 맡으며 살림을 챙겨왔다. 2002년 강남센터 초대 원장을 지내며 병원 경영의 노하우를 쌓았다.

△1953년 대구 출생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 의대 연구 전임의 및 교환교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 공동위원장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한국u헬스협회장 △한국국제의료협회장

이지현/김형호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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